"울산, 전북 제의 다음날에야 협상 자리 마련…진심으로 계약할 의지 없다고 판단"
아마노, 홍명보 공개저격에 "충격, 유감…그러나 여전히 존경"
"충격이고 유감입니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님을 여전히 존경합니다.

"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를 떠나 '라이벌'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은 일본인 미드필더 아마노 준(32)은 자신을 '공개 저격'한 홍명보 울산 감독을 향한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12일 오후 전북 완주의 전북 클럽하우스에서 새 시즌을 앞두고 전지훈련에 한창인 전북의 미디어캠프가 열렸다.

행사는 조규성, 김진수 등 주요 선수, 김상식 감독은 기자회견을 하고 다른 선수들은 취재진 요청에 따라 자유롭게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두 명을 뺀 대부분 기자가 자유 인터뷰 대상자로 아마노를 지목했다.

전날 홍 감독이 기자들과 만나 아마노가 팀을 옮긴 과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며 그가 "지금까지 만나본 일본 선수 중에서 최악이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기 때문이다.

아마노, 홍명보 공개저격에 "충격, 유감…그러나 여전히 존경"
긴장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앉은 아마노는 홍 감독의 발언에 대해 "홍 감독은 나를 K리그에 데리고 온 은사이자 울산의 17년 만의 우승을 이룬 전우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존경한다"면서 "다만, 그런 발언을 언론을 통해 한 것에 대해서는 충격을 받았고, 실망 아닌 실망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감독님이 내가 거짓말쟁이라고, 돈을 선택해 이적했다고 말했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내도 홍 감독의 반응을 보고 유감스러워했다.

작년에 아내에게 '홍 감독님이 잘 보살펴준다'고 내가 여러 번 말했기 때문에 아내가 더 유감스러워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적 과정에 대해서도 아마노는 직접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마노, 홍명보 공개저격에 "충격, 유감…그러나 여전히 존경"
아마노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여름부터 울산에 남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밝혔다.

이와 관련해 홍 감독님, 같은 일본 출신의 이케다 세이고 코치와 소통했다.

그런데 울산 구단은 아마노에게 정식 제안을 하지 않다가 11월 중순에야 했다.

그때는 이미 아마노의 마음이 전북 쪽으로 기울어진 뒤였다고 한다.

아마노는 "울산은 진심으로 생각하고 (협상) 자리를 만든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계약할 생각이 없다고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홍 감독님께 울산에 남겠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울산은 전북에서 나에게 정식 오퍼를 하고서 하루 뒤에야 미팅을 잡았다"면서 "울산 구단 프런트와 홍 감독님의 온도 차에 곤혹스러웠다"고 돌이켰다.

이어 "반면에 전북은 지난 시즌 종료 전 이미 (원소속팀인) 요코하마 마리노스(일본)와 임대 관련 조정을 마친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마노, 홍명보 공개저격에 "충격, 유감…그러나 여전히 존경"
울산이 자신을 진심으로 붙잡을 생각을 하지 않다가, 막상 전북으로 떠난다고 하니 부랴부랴 뒤늦게 정식 제의를 해왔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주사위는 던져졌다.

아마노는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의 주역인 한국 축구의 거물 홍 감독과 '적'이 됐다.

그는 올 시즌 '현대가 더비'에서 울산 선수들로부터 거친 몸싸움을 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노는 "이 결단의 의미와 중요성을 잘 알고 이적했다.

올 시즌 울산전 각오는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전북의 선수로서 김상식 감독님과 함께 트레블(3관왕)에 도전한다.

홍 감독님과는 각자의 자리에서 좋은 경쟁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