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 4로 패배하며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울루 벤투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5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스타디움974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과의 경기에서 1대 4로 패배하며 경기를 마친 선수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2 카타르 월드컵으로 4년 여정을 마무리하고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과 이별을 앞둔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에 대해 태극전사들은 아쉬움을 전하며 앞날을 응원했다.

축구 대표팀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나 "4년 동안 감사하다는 인사로는 부족할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사상 두 번째 16강 진출을 지휘한 벤투 감독은 이날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1-4로 패한 뒤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마지막 경기였음을 알렸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이후인 그해 9월 부임한 벤투 감독은 한 번의 월드컵을 준비하는 여정 전체를 지휘한 끝에 12년 만의 16강 진출을 이끌었다.

손흥민은 "감독님이 어떤 축구를 하시는지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많은 분이 의심하셨는데, 결국엔 월드컵에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보이니 박수를 쳐주셨다"며 "어떻게 보면 4년 동안 준비했던 것들이 우리 선수들 몸에 익은 거다. 이런 부분을 잘 인지하고 더 앞으로 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을 보호해주고 생각해주셨다. 감독님이 오시고서 주장을 맡았는데,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많은 것을 배웠다"며 "(이별이) 너무 아쉽지만, 감독님의 앞날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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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의 데뷔전인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한 뒤 '황태자'로 불리며 성장한 미드필더 황인범(올림피아코스)은 울먹이며 "감독님은 내게 정말 감사한 분"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감사하다"라며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 선수를 왜 쓰냐'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감독님이었다면 흔들렸을 텐데도 저를 믿어주셨다. 그분으로 인해 제가 더 큰 꿈을 가질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번 대회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2-3 패)에서 멀티 골을 폭발하며 '최고의 발견'으로 떠오른 공격수 조규성(전북)도 "감독님이 선수들과 한 명씩 악수하실 때 나도 눈물이 나왔다. 정말 슬펐다"며 "감독님과 코치진이 없었다면 내가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인사했다.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1-1 동점 골을 터뜨려 16강 진출을 견인한 베테랑 중앙 수비수 김영권(울산)은 4년 동안 한 명의 감독으로 월드컵을 준비해 치른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김영권은 "월드컵 때마다 본선을 얼마 남기지 않고 감독님이 교체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는데, 이번엔 4년 동안 벤투 감독님 체제로 준비하며 보완할 여유도 있었고 안 좋은 상황을 좋게 만드는 걸 배우기도 했다. 좋은 경험이었다"며 16강 진출의 요인으로 꼽았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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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감독님이 '4년 동안 다들 너무 고생했고, 믿고 따라줘서 고맙다. 그 여정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서 선수들에게 고맙다'고 말씀하셨다"며 벤투 감독의 이별 메시지를 전했다.

미드필더 정우영(알사드)도 "4년을 돌아보면 매 순간 완벽하지 않았고, 힘들 때나 경기력이 안 좋을 때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중심을 잡아주고 흔들리지 않게 해주셔서 여기까지 왔다"며 "원하는 경기력을 보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수들과 우리 팀이 자랑스럽고 후회도 없다"고 힘줘 말했다.

벤투 감독 체제에서 핵심으로 활약하며 유럽 빅 리그까지 진출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나폴리)는 "선수들은 다 믿고 있었다"며 "16강에서 끝나 아쉽지만 그래도 준비한 것이 잘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풀백 김진수(전북)는 "한국 축구를 위해서라면 한 분이 이렇게 길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