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이 형 마무리, 세계 세 손가락 안에…형 장점 살려주고 싶어"
[월드컵] 16강 발판 이강인 "구보가 오늘 이기고 8강서 보자더라"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에 한몫한 축구대표팀 막내 이강인(21·마요르카)이 '8강에서 보자'고 한 동갑내기 일본인 친구 구보 다케후사(레알 소시에다드)와의 일화를 소개했다.

한국은 3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마지막 3차전에서 후반 46분 황희찬(울버햄프턴)의 극적인 결승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1승 1무 1패(승점 4, 4득점 4실점)가 된 한국은 포르투갈(2승 1패)에 이은 H조 2위로 각 조 1, 2위가 나서는 16강 무대에 오르게 됐다.

같은 시간 가나를 2-0으로 누른 우루과이도 1승 1무 1패(승점 4, 2득점 2실점)가 돼 승점과 골 득실 차까지 같아졌지만, 다득점에서 한국이 앞서 16강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이자 통산 세 번째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뤘다.

[월드컵] 16강 발판 이강인 "구보가 오늘 이기고 8강서 보자더라"
이번 대회에서 앞선 두 경기는 모두 후반에 교체 투입됐던 이강인은 이날은 처음으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후반 36분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교체될 때까지 맹활약했다.

특히 0-1로 끌려가던 전반 27분에는 이강인 왼발로 올린 코너킥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몸을 맞은 뒤 김영권(울산)의 동점골로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에 앞서 E조의 일본은 전날 스페인을 2-1로 꺾고 2승 1패, 조 선두로 16강에 올랐다.

포르투갈전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이강인은 "어제 잠을 자느라 (일본의) 경기를 못 봤다"고 말했다.

이어 "아침에 결과를 보고 구보와 연락했는데 구보가 '(한국도) 오늘 이겨서 8강에서 보자'더라"라고 전했다.

이강인은 "제가 한 말은 아니다"라며 웃어 보였다.

각각 한국과 일본 축구의 미래로 불리는 이강인과 구보는 마요르카에서도 함께 뛴 친구 사이다.

일본은 16강에서 F조 2위 크로아티아와 대결한다.

한국은 G조 1위와 16강에서 맞붙는데 우승 후보 브라질이 상대가 될 게 유력하다.

[월드컵] 16강 발판 이강인 "구보가 오늘 이기고 8강서 보자더라"
일본과 한국이 16강에서 이기면 8강에서 만나는 대진이 짜여있다.

이강인은 브라질이 16강 상대가 될 수 있는 상황과 관련해 "당연히 힘든 상대"라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잘 준비해서 보여줄 거 다 보여주고 할 수 있는 것 다 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는 경기장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많이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포르투갈전 승리에도 가나-우루과이전이 끝나지 않아 16강 진출 확정이 미뤄졌고, 한국 선수단은 센터서클 부근에 둥그렇게 모여 서서 결과를 기다렸다.

이강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한국에서 응원해 주신 팬들이랑 비슷했을 듯한데 '빨리 끝나라, 끝나라' 하고 있었다.

절대 안 끝나는 느낌이었다"면서 "16강에 진출해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는 "추가시간을 너무 길게 줘서 힘든 순간이었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월드컵] 16강 발판 이강인 "구보가 오늘 이기고 8강서 보자더라"
후반 교체된 데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

이강인은 "최대한 팀에 도움이 되려 했고, 나 대신 들어간 형들이 너무 열심히 해주고 팀에 도움이 될 거라 믿었다"고 했다.

많은 한국 팬들은 이강인의 패스를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마무리하는 장면을 그린다.

이에 대해 이강인은 "흥민이 형의 마무리는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라는 것을 많은 축구 팬들이 안다"면서 "최대한 흥민이 형의 장점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이 큰데 아직 부족하다.

최대한 발전해서 그런 좋은 플레이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흥민이 형에게 항상 제가 어시스트해 주겠다고는 하는 데 그게 쉽지 않다"고 웃으면서 "기회가 오면 흥민이 형뿐만 아니라 모든 공격진을 도와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