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적 포기하고 '부모의 나라' 세네갈 택한 쿨리발리…"후회한 적 없어"
2002년 8강 신화 쓴 디오프의 2주기에 20년 만의 16강 진출 확정
[월드컵] "역사를 바꿀 펜을 쥐고 있다"…세네갈 새 역사 쓴 쿨리발리
칼리두 쿨리발리(24·첼시)는 프랑스에서 태어났고, 프랑스 20세 이하 대표팀에서도 뛰었다.

2015년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며 쿨리발리가 세네갈 성인 대표팀에 합류할 때 많은 동료가 "프랑스 국가대표가 될 수 있는데, 대체 왜"라고 물었다.

7년 전에도, 지금도 쿨리발리는 "세네갈 대표팀이 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쿨리발리는 생애 첫 월드컵을 2018년 러시아에서 '테랑가의 사자'(Les Lions de la Teranga) 세네갈 유니폼을 입고 치렀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세네갈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섰다.

쿨리발리는 "모두가 역사를 바꿀 펜을 쥐고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7년 전, 쿨리발리에게 '세네갈 대표팀 합류'를 제의한 알리우 시세 세네갈 대표팀 감독의 좌우명이다.

쿨리발리는 시세 감독 앞에서, 세네갈 축구 역사를 바꾸는 명장면을 연출했다.

세네갈은 30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에서 에콰도르를 2-1로 눌렀다.

꼭 승리해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세네갈은 1-1로 맞선 후반 25분에 터진 쿨리발리의 결승골로 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쿨리발리가 A매치 67번째 경기에서 넣은 첫 골로 세네갈은 8강 무대에 선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20년 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월드컵] "역사를 바꿀 펜을 쥐고 있다"…세네갈 새 역사 쓴 쿨리발리
세네갈 축구의 새 역사를 집필한 건, 주장이자 센터백 쿨리발리였다.

중앙에서 에콰도르 공격을 차단하던 쿨리발리는 후반 25분, 이드리사 게예가 페널티 아크 밖 20m 지점에서 페널티박스 중앙으로 올린 프리킥이 경합 중에 오른쪽으로 흘러나오자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으로 골문을 갈랐다.

이후 추가 시간까지 포함해 30분 동안 세네갈의 중앙 수비를 책임지며, 에콰도르의 파상공세를 견뎠다.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일본에 페어플레이 포인트에서 밀려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기억을 씻어낸 공수 활약이었다.

세네갈의 16강 진출을 확정한 이 경기의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는 쿨리발리였다.

[월드컵] "역사를 바꿀 펜을 쥐고 있다"…세네갈 새 역사 쓴 쿨리발리
쿨리발리는 카타르 월드컵이 개막하기 직전, 스포츠선수 기고전문매체인 '더 플레이어스 트리뷴'을 통해 자신과 부모의 삶, 프랑스가 아닌 세네갈 대표팀을 택한 이유를 상세하게 전했다.

쿨리발리의 아버지는 프랑스 이민 자금을 모으고자 5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세네갈의 방직 공장에서 일했다.

그는 "쉼 없이 일한 아버지 덕에 나는 부모 세대보다 훨씬 편안한 삶을 살았다"고 떠올렸다.

2015년 아버지에게 영상 통화로 "세네갈 대표팀에서 뛰겠다"고 말했을 때, 쿨리발리는 아버지의 반짝이는 눈을 봤다고 했다.

쿨리발리는 "여전히 '왜 세네갈 대표팀을 택했나.

프랑스 대표로 뛰었다면 월드컵 우승 멤버가 됐을 텐데'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고 밝혔다.

실제 쿨리발리가 처음 월드컵에 출전한 2018년, 프랑스는 우승 트로피를 들었다.

하지만 쿨리발리는 "세네갈을 택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세네갈의 부모에게서 프랑스에서 태어난 흑인 선수이자, 이슬람교도다.

나를 구성하는 많은 것 중에 '세네갈 축구'도 있다"고 운을 뗀 쿨리발리는 "세네갈이 8강에 올랐던 2002년의 기억도 현재의 나를 만든 중요한 부분이다.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세네갈 대표팀은 내게 우승팀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시세 감독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세네갈 8강의 돌풍의 주역이었다.

쿨리발리는 올해 2월 열린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시세 감독과 함께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세네갈은 2월 7일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이집트를 4-2로 꺾고 우승했다.

쿨리발리는 "결승전 승부차기를 앞두고 시세 감독이 '우리나라를 위해, 이 순간을 위해 희생한 앞세대 선배들을 위해, 꼭 우승하자'고 말했다"며 "결승전 승부차기 첫 키커가 나였고 성공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었다"라고 기분 좋게 회상했다.

세네갈 정부는 축구 대표팀이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첫 우승을 거두자, 다음날을 공휴일로 선포하고 화려한 카퍼레이드를 열었다.

쿨리발리는 "부자, 가난한 사람, 정치적인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모여 우리의 우승을 축하고 기뻐했다.

누군가는 '겨우 대륙별 대회 우승'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프랑스, 독일, 브라질의 월드컵만큼이나 영광스러운 일이었다"고 했다.

[월드컵] "역사를 바꿀 펜을 쥐고 있다"…세네갈 새 역사 쓴 쿨리발리
2002년 한일 월드컵의 세네갈 대표팀을 보며 꿈을 키운 쿨리발리는 '다음 세대'에게 영감을 주는 선수가 되고 싶어한다.

30일 16강행을 결정지은 골로 쿨리발리는 세네갈 축구 역사를 새롭게 쓴 선수로 기록됐다.

이날 경기 뒤에도 쿨리발리는 세네갈 축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화두에 올렸다.

쿨리발리는 "2년 전 오늘, 세네갈의 위대한 축구 선수 파프 디오프가 세상을 떠났다.

디오프와 그의 가족에게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 트로피를 바친다"며 "디오프와 시세 등 우리 앞세대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이룬 성과를 우리 세대에서 또 이뤄내고 싶다.

아프리카 챔피언의 자존심을 걸고, 16강전에 나서겠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