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4회 연속 출전이 가장 뿌듯한 기록…요즘 걷는 데 문제는 없어"
이봉주의 간절한 조언…"후배들 불굴의 정신력으로 더 노력하길"
몸은 편치 않았지만, 이봉주(52)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국민 마라토너'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한국 마라톤의 위상을 세계로 끌어올린 이봉주는 29일 대한체육회가 마련한 2022 대한민국 스포츠 영웅 헌액식에서 모처럼 단상에 올랐다.

2009년 은퇴 후 이런 자리에 처음 선다던 이봉주는 최근 앓는 '근육긴장 이상증'이라는 희소병 탓에 어깨가 구부정했고, 오래 서 있지 못하고 앉아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이봉주는 "병의 원인을 제대로 못 찾아 치료가 더디고 지금도 꾸준히 재활해야 하지만, 걷는 데 문제가 없다"며 건강이 호전 중이라고 알렸다.

이봉주의 간절한 조언…"후배들 불굴의 정신력으로 더 노력하길"
이봉주는 "김수녕(양궁), 박항서(축구), 고(故) 최동원(야구)과 더불어 올해 스포츠 영웅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웠는데 스포츠 영웅으로 뽑힐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많은 업적을 남긴 선배들을 뛰어넘었다는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마라토너로 20년간 뛰며 그 힘들다던 마라톤 풀코스(42.195㎞)를 41번이나 완주한 끈질긴 사나이 이봉주는 육상을 포함한 전 종목 엘리트 스포츠 후배들에게 정신력과 노력을 특히 강조했다.

그는 "현역 때 나는 치열하게 뛰었으며, 불굴의 정신력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 '안된다'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운동을 이어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어 "운동을 시작하기 전까지 열악한 조건을 이겨내기 위해 나는 끊임없이 노력했고 도전하며 극복해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후배들도 열심히 노력해 한국 스포츠가 발전할 계기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덕담했다.

이봉주는 "한국 마라톤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는데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며 "젊은 후배들이 좋은 기록을 내주길 간절하게 기대한다"고 마라톤 후배들의 기를 북돋웠다.

이봉주가 2000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 7분 20초는 22년째 한국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봉주의 간절한 조언…"후배들 불굴의 정신력으로 더 노력하길"
현역 때 가장 뿌듯했던 기록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한결같이 달렸던 이봉주다운 답이 나왔다.

이봉주는 "올림픽에 4회 연속 출전한 게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비록 금메달은 없었지만, 끊임없이 올림픽에 도전했다는 자체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등 태극마크를 달고 4회 연속 올림픽 레이스를 달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