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드 밟으니 다리 후덜덜…3m 높이도 까마득해 보이네
“자, 여기서 앞쪽의 홀드를 잡으세요! (쿵) 아이고 괜찮으시죠? 다시 도전해볼까요?”

이달 초 서울 혜화동에 있는 한 실내 클라이밍장에서 볼더링 기초 체험 수업을 받았다. 불과 20㎝ 위에 있는 홀드를 잡으려고 팔을 뻗으려고 하는 순간 팔에서 힘이 탁 풀렸다. 그대로 매트 바닥으로 엉덩이부터 떨어졌다. 기초 자세가 엉망이라 금방 팔에서 힘이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클라이밍을 처음 배우는 ‘클린이’들이 겪는 흔한 실수였다. 실패는 계속됐다. 어느덧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번엔 저기까지 올라가 봐야지’ 하는 도전의식이 불타올랐다.

발 딛는 방식부터 차근차근

클라이밍에 입문할 때 손과 발의 위치를 삼각형으로 유지하는 ‘삼지점’ 자세부터 배운다. 이 자세의 핵심은 무게 중심을 하체에 두는 것이다. 두 팔은 홀드를 붙잡고 다리는 몸의 중심을 낮춰 두 발로 발판이 되도록 디뎌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이때 몸은 최대한 벽에 밀착하는 것이 좋다. 몸과 벽이 떨어질수록 팔에 더욱 체중이 실려 쉽게 지치기 마련이어서다.

발을 딛는 법은 크게 ‘인사이드 스텝’과 ‘아웃사이드 스텝’으로 나뉜다. 인사이드 스텝은 이름 그대로 발 안쪽으로 홀드를 디디며 이동하는 방식이다. 벽을 정면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마치 게걸음하듯 다음 홀드로 발을 디디며 움직인다. 이때 팔도 이동 방향에 있는 다음 홀드를 잡으면서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인다. 몸 방향을 비틀지 않기 때문에 주로 위로 올라갈 때 사용한다. 홀드에 발을 디딜 땐 엄지발가락으로 디뎌야 좁은 홀드에서도 대처가 쉽다.

아웃사이드 스텝은 보다 먼 거리의 홀드를 잡을 때 사용한다. 다음 홀드를 디딜 때 발의 바깥 부분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몸을 전체적으로 회전하며 움직이는 것이 핵심이다. 몸을 비틀며 손으로 다음 홀드를 움켜쥔 다음, 반대 방향으로 다시 몸을 돌리면서 이동할 발을 홀드에 딛는 순서로 이동한다. 주로 좌우로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적합하다.

강사의 설명은 쉬웠지만 ‘몸치’인 기자가 아웃사이드 스텝으로 이동하려니 고장 난 로봇처럼 버벅대기 일쑤였다. 부분 동작으로 ‘허리 돌리고 손’ ‘허리 돌리고 발’ 그다음 ‘발’ ‘손’ 순서대로 하나씩 시도해보면서 아웃사이드 스텝을 겨우 따라 했다.

기초 스텝을 익혔다면 난도에 맞는 루트를 찾아 등반한다. 초보자인 기자에겐 3m가 채 안 되는 수준의 저난도 루트도 무척 어려웠다. 난도가 올라갈수록 홀드 모양이 잡기 까다로워지거나 발을 디딜 곳이 마땅치 않아 매트로 떨어지는 일이 잦았다. 실수 없이 안정적으로 루트를 마칠 때까지 여러 번 연습하고, 팔과 다리를 뻗는 순서를 미리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상체부터 코어, 하체까지 골고루

홀드 밟으니 다리 후덜덜…3m 높이도 까마득해 보이네
클라이밍은 팔과 등 근육만 쓰는 운동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난도가 높아질수록 코어 근육과 하체 근육을 비롯해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야 한다. 이 중 중요시되는 게 코어 근육이다. 벽에서 몸통이 떨어지면 이동 시 팔에 더 힘이 들어간다. 코어 근육을 적극 활용해 벽과 몸을 붙여야 힘을 아끼면서 볼더링을 즐길 수 있다.

하체 근력도 중요하다. 루트의 난도가 올라가면 홀드도 발을 딛기 어렵게 변화한다. 발로 홀드를 딛으며 몸을 밀어주는 힘이 커져야 상체에 드는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홀드 위치에 따라 취해야 하는 자세도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하체 근육을 전반적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클라이밍은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빠른 동작은 없지만 당기고, 밀고 들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면서 심장 박동수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실내 암벽 등반은 1.6㎞(1마일)당 8~11분을 달리는 것과 동일한 에너지를 소비해 심폐지구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보자가 숙련자로 거듭나려면 부위별로 기초 근력을 길러주는 것이 좋다. 턱걸이(풀업)는 상체 근력을 강화하기 적당한 운동이다. 등반 각도가 가파른 오버행 코스에 도전하려면 코어 근육의 힘이 더 중요해진다. 이때는 덤벨을 쥐고 허리를 양옆으로 움직이는 덤벨사이드밴드와 같은 코어 근육 강화 훈련이 필요하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