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대행으로 위기의 삼성 빠르게 수습…순리대로 '정식 감독 선임'
삼성의 안정적인 선택…'검증 마친' 박진만 감독 선임
박진만(46) 삼성 라이온즈 16대 감독은 정식 사령탑에 선임되기 전인, 17일부터 삼성의 마무리 캠프를 지휘했다.

8월 1일부터 감독대행으로 프로야구 삼성 1군을 이끈 박진만 감독은 '이변 없이' 대행 꼬리표를 뗐다.

삼성은 18일 "16대 감독으로 박진만 감독을 선임했다.

박진만 감독은 계약금 3억원, 연봉 2억5천만원, 옵션 총 1억5천만원 등 3년간 최대 12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마쳤다"고 발표했다.

정식 감독으로 선임되는 날에도 박진만 감독은 마무리 훈련을 이끌고 있었다.

사실상 '1군 감독의 역할'을 소화하는 중이었다.

삼성은 박진만 감독을 '내유외강 스타일의 준비된 지도자, 원활한 소통으로 선수단의 지지를 받는 감독'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박진만 감독은 올해 8월부터 1군 감독대행으로 일하면서 적극적인 소통으로 선수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으면서도, 경기 중에는 냉철한 판단으로 더그아웃을 장악했다.

삼성의 안정적인 선택…'검증 마친' 박진만 감독 선임
대표적인 장면은 9월 29일 대구 NC 다이노스전에서 나왔다.

당시 선발 등판한 삼성 에이스 데이비드 뷰캐넌(33)은 8⅔이닝을 7피안타 무실점을 막고 시즌 10승(8패)째를 챙겼다.

삼성이 3-0으로 앞선 9회초 2사 후, 뷰캐넌이 닉 마티니에게 우전 안타를 내줬다.

박진만 당시 감독대행은 마운드로 직접 올라가 뷰캐넌에게 '교체 지시'를 했다.

투수코치가 아닌 감독대행이 직접 마운드에 오른 건 에이스를 향한 예우였다.

그러나 완봉을 향한 욕심이 있었던 뷰캐넌은 '더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강하게 표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뷰캐넌은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양의지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해 삼성은 3-0으로 승리했다.

박진만 당시 감독대행은 "사실 8회가 끝난 뒤 투수 교체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뷰캐넌이 더 던지겠다는 의사를 드러내, 9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다"며 "9회가 시작하기 전 '출루를 허용하면 교체한다'는 기준을 세웠고, 뷰캐넌에게도 설명했다.

이미 뷰캐넌의 투구 수(114개)가 많았고, 더 출루를 허용하면 다음 투수와 팀에 부담이 될 법한 상황이었다.

교체는 당연한 수순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원칙'을 지켰고, 경기 뒤 뷰캐넌을 불러 "마운드 위에서 그렇게 흥분한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뷰캐넌도 "내가 감정 컨트롤을 하지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삼성 안에 뷰캐넌이 있다"고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당연히 개인 기록보다는 팀 승리가 중요하다.

모든 선수에게 강조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감독대행 시절 박진만 감독은 경기 초반에 베테랑 선수를 대타로 교체하는 경우도 꽤 있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허삼영 전 감독의 퇴진으로 지휘봉을 잡자마자 선수들에게 "팀을 위해 개인을 희생해야 할 때도 있다.

이해해달라"고 미리 양해를 구했다.

또한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며 선수를 설득했다.

박진만 감독대행의 '원칙'은 결과로 이어졌다.

삼성은 올해 정규시즌을 7위(66승 2무 76패)로 마치긴 했지만, 박진만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는 28승 22패로 이 기간 승률 4위(0.560)에 올랐다.

박진만 감독대행은 '1군 사령탑 모의고사'를 훌륭하게 치렀고, 삼성은 '순리대로' 박진만 감독은 16대 감독으로 선임했다.

삼성의 안정적인 선택…'검증 마친' 박진만 감독 선임
박진만 감독은 현역 시절 골든글러브를 5차례 수상한 '명 유격수'였다.

'국민 유격수'라는 애칭도 얻었다.

2016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2017년부터는 삼성에서 수비·작전코치, 2군 감독, 1군 감독대행으로 '지도자 수업'도 충실히 받았다.

삼성 구단은 "박진만 감독은 2017년부터 5년간 삼성의 수비·작전 코치를 역임하며 탄탄한 수비와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 추구로 팀의 체질을 업그레이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퓨처스(2군) 감독으로는 즉시 전력화가 가능한 신인을 발굴하고 '이기는 DNA접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1군 감독대행으로 위기에 빠진 팀 분위기를 되살렸다"고 감독 선임 배경을 밝혔다.

2020년에 삼성은 코치 경험이 없는 '전력분석 전문가' 허삼영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첫 시즌(2020년)을 8위로 마친 허삼영 전 감독은 2021년 삼성을 정규시즌 2위에 올려놓으며 팀에 2015년 이후 6년 만에 포스트시즌(PS) 출전권을 선물했다.

그러나 올해 삼성 구단 역사상 최다인 13연패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고, 결국 허삼영 전 감독은 8월 1일 사퇴했다.

박진만 감독은 감독대행으로 위기의 삼성을 빠르게 수습했다.

선수단의 깊은 신뢰도 얻었다.

삼성은 2022년 가을, '검증된 지도자' 박진만 감독을 선임하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