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는 맞수 울산 현대를 꺾고 2년 만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올랐지만 크게 기뻐할 수 없었다. 사흘 뒤 K리그1에서 다시 울산과 맞붙어야 하는 데다 핵심 측면 수비수인 김진수(30)의 불편한 몸 상태 때문이다. 김진수는 5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울산과 치른 2022 하나원큐 FA컵 4강 원정 경기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1-1로 맞선 후반 43분 최철순과 교체됐다. 이날 엔트리에서 빠진 홍정호 대신 주장 완장을 찬 김진수는 변함없이 왼쪽 측면을 오르내리면서 공수에 걸쳐 활약하다 후반 38분께 전진 패스를 한 뒤 오른 허벅지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그라운드에 들것이 들어갔으나 김진수는 스스로 걸어 나와 교체됐고, 전북은 연장 후반 4분 조규성의 결승 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결승에 올랐다. 전북은 사흘 뒤인 8일 같은 장소에서 울산과 K리그1 35라운드를 치른다. 4경기씩 남겨두고 울산에 승점 5가 뒤져 있지만, 리그 6연패에 도전하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은 역전 우승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날 FA컵에서 울산을 꺾은 터라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김진수의 부상은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김상식 전북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뒤 근육이 약간 올라온 것 같은데 내일 체크해 봐야겠다"면서 "피로도가 쌓여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내일 살펴보고 다음 경기 출전 여부를 판단해야 할 듯하다"고 무겁게 말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불과 한 달 반 정도 남겨놓은 상황에서 김진수의 부상은 국가대표팀에도 큰 시름을 안겼다. 김진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도 부동의 왼쪽 풀백 자원이다. 이날 경기 후 김진수는 부상 정도를 묻는 말에 "모르겠다. 일단 내일 오전에 검사해본 다음에 무언가를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교체돼야 할 것 같아 내가 얘기를 하고 나왔다"면서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게 심한 것 같지는 않은데 일단은 내일 한번 봐야지 않을까 싶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우리나라 현역 선수 중 최고의 측면수비수로 꼽히지만, 김진수는 아직 월드컵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다. 2014 브라질 대회와 2018년 러시아 대회 때 모두 본선을 앞두고 각각 발목, 무릎을 다쳐 최종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그래서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준비하는 김진수의 마음은 남다르다. 김진수는 올 시즌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누구보다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탈이 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싶을 만큼 헌신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해 왔다. 김진수는 "한두 살 어렸을 때는 근육은 안 다쳤는데, 이제 조금씩 근육이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나 나름대로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했고, 감독님이 배려도 해주셨는데 중간에 교체돼 나와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교체된 뒤에도 벤치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북돋아 줬다. "현재 우리 팀 분위기를 보여주는 거로 생각한다"는 김진수는 "내가 경기에 뛰고 있을 때도 밖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내게 파이팅해주고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봤다. 내가 임시 주장을 맡으면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러고는 "개인적으로 좀 많이 아쉽고 팀도 지금 중요한 시기인데 아무 일 없이 그냥 근육이 뭉친 정도로 끝나 사흘 뒤 경기도 뛰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대구 상대 연장 '극장 골'로 FA컵 결승행 견인…"기량 끌어 올리려 많은 노력" 프로축구 FC서울의 간판 공격수이자 '캡틴'인 나상호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최근 부진의 마음고생을 날렸다. 나상호는 5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FA컵 4강전에서 0-0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 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6년 만에 서울의 FA컵 결승 진출을 이끈 천금 같은 득점포였다. 특히 K리그1에선 7월 3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이후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했던 터라 나상호에겐 의미가 더욱 큰 골이었다. 그는 8월부터 서울의 주장을 맡고 있는데, 팀의 부진 속에 개인적으로도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최근엔 리그에서 대구를 2경기 연속으로 만나 연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더 크게 처진 상황에서 그의 한 방이 모든 것을 씻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상호는 "최근 대구에 2연패를 당하고 팀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에 반전이 필요했다. 그건 선수들의 몫이고,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수호신과 모든 팬이 응원해주신 함성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날 골은 전적으로 나상호의 개인기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서울은 연장 후반이 다 지나갈 때쯤 골키퍼를 교체하며 승부차기 대비에 들어갔는데, 그 직후 역습이 시작되자 나상호가 현란한 드리블로 볼을 몰고 가 수비를 따돌린 뒤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때린 슛이 그대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나상호는 "원래는 감아 차는 연습을 많이 해서 감아 차려고 했는데, 제일 자신 있는 건 아무래도 발등 인스텝이었다"며 "발등 통증이 있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 있게 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골은 제가 넣었지만, 모든 선수가 하나 돼서 만든 골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이 '주장이 한 건 했다'고 해줬는데, 팀원들이 전반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팀이 만든 골'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나상호는 미팅을 통해 동료들의 '투지'를 일깨우며 반전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뛰는 양은 많지 않고, 상대와 강하게 싸우는 장면에서 지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다들 장점이 있고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니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 공을 뺏기더라도 압박해 다시 가져오면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을 동료들에게 많이 했다"고 전했다. 개인적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나상호는 "주변에서 좋았을 때의 기량이 아니라고 하고, 저도 느끼고 있어서 끌어 올리려 개인 훈련 등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도 좋지 않은 패스 등이 나오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겨내는 건 제 몫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상호의 부활은 K리그1 하위권 싸움과 FA컵 결승을 준비하는 서울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그는 "이번 주말 리그에서 중요한 슈퍼매치가 있는데, 오늘 같은 경기로 상대를 제압하고 싶다.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은 조직적으로 잘 준비하고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게 먹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
연장전 버티지 못한 대구 최원권 대행 "털어버리고 홀가분하게 리그 준비" 대구FC를 연장전 끝에 물리치고 6년 만에 대한축구협회(FA)컵 결승에 진출한 FC서울 안익수 감독은 수원 삼성과의 라이벌전, 전북 현대와의 FA컵 결승전까지 기세를 몰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안 감독은 5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와의 하나원큐 FA컵 4강전을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수호신(팬)분들께 죄송한 마음이 많이 있었다. 팬들의 바람을 충족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죄스러움을 느꼈는데, 멀리 와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며 "더 좋은 상황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서울은 대구와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맞선 뒤 이어진 연장전 후반 막바지까지도 균형을 깨지 못하다가 연장 후반 추가시간 나상호의 극적인 결승 골이 터지며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서울은 준우승한 2016년 이후 6년 만의 FA컵 결승 진출을 일궜다. 특히 서울 입장에선 최근 리그에서 2경기 연속 대구를 만나 0-3, 2-3으로 연패를 당했던 터라 이날 승리가 더욱 짜릿하게 느껴질 법했다. 안 감독은 "대구와의 3연전을 치르면서 앞선 두 경기는 결과와 내용을 모두 반성해야 했던 시간"이라며 "그런 부분을 통해 오늘 새로운 계기를 마련한 데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 골을 넣은 주장 나상호에 대해선 "부상 이후 기량이 정상 궤도로 올라오기 힘든 과정에 있어서 스스로 많이 속상했을 거다. 오늘의 골을 계기로 주장으로서 역할을 더 잘하고 팀을 위해 매진해주길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앞선 대구와의 맞대결 연패 탓에 살얼음판 같은 K리그1 강등권 싸움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서울은 이번 주말 수원과의 시즌 마지막 '슈퍼 매치'를 벌인다. 두 팀의 운명에도 중요한 일전이다. 안 감독은 "슈퍼 매치에 좋은 내용으로 임할 준비를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리그에선 하위권에 머문 가운데 모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도 놓칠 수 없다. 안 감독은 "서울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는 상황에서 FA컵 우승은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결과가 될 거다.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번엔 서울을 넘지 못한 대구의 최원권 감독대행은 결과엔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오히려 리그 강등권 싸움에 집중하게 됐다며 의지를 새롭게 다졌다. 최 대행은 "서울이나 우리나 90분 이내에 승부가 나길 원했을 텐데 되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이겼어야 하는데 그것도 안 됐다"며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털어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 준비를 잘하고 나왔더라"며 "안익수 감독님께 한 수 배운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최근 리그에서 서울을 연이어 잡으며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대구는 K리그1 9위로 강등권 추락의 위험을 안고 있다. 이번 주말 수원FC와의 경기는 분수령이 될 한 판이다. 최 대행은 "오늘 패배가 약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우리가 월등히 잘해서 이긴 게 아닌 만큼 선수들이 겸손함을 배웠으면 하고, 저부터 그렇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