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상대 연장 '극장 골'로 FA컵 결승행 견인…"기량 끌어 올리려 많은 노력"
통증도 잊고 마음고생 날린 한 방…나상호 "팀이 함께 만든 골"
프로축구 FC서울의 간판 공격수이자 '캡틴'인 나상호가 대한축구협회(FA)컵에서 결정적 한 방으로 최근 부진의 마음고생을 날렸다.

나상호는 5일 대구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의 FA컵 4강전에서 0-0 균형이 이어지던 연장 후반 추가시간에 극적인 결승 골을 터뜨려 1-0 승리를 이끌었다.

6년 만에 서울의 FA컵 결승 진출을 이끈 천금 같은 득점포였다.

특히 K리그1에선 7월 30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 이후 좀처럼 골 맛을 보지 못했던 터라 나상호에겐 의미가 더욱 큰 골이었다.

그는 8월부터 서울의 주장을 맡고 있는데, 팀의 부진 속에 개인적으로도 부상 등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며 속앓이를 해야 했다.

최근엔 리그에서 대구를 2경기 연속으로 만나 연패를 당해 팀 분위기가 더 크게 처진 상황에서 그의 한 방이 모든 것을 씻어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나상호는 "최근 대구에 2연패를 당하고 팀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기에 반전이 필요했다.

그건 선수들의 몫이고,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며 "수호신과 모든 팬이 응원해주신 함성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기뻐했다.

이날 골은 전적으로 나상호의 개인기가 빚어낸 작품이었다.

서울은 연장 후반이 다 지나갈 때쯤 골키퍼를 교체하며 승부차기 대비에 들어갔는데, 그 직후 역습이 시작되자 나상호가 현란한 드리블로 볼을 몰고 가 수비를 따돌린 뒤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때린 슛이 그대로 골 그물을 흔들었다.

나상호는 "원래는 감아 차는 연습을 많이 해서 감아 차려고 했는데, 제일 자신 있는 건 아무래도 발등 인스텝이었다"며 "발등 통증이 있었지만, 팀의 승리를 위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 있게 찼다"고 설명했다.

통증도 잊고 마음고생 날린 한 방…나상호 "팀이 함께 만든 골"
이어 그는 "골은 제가 넣었지만, 모든 선수가 하나 돼서 만든 골이라고 생각한다.

동료들이 '주장이 한 건 했다'고 해줬는데, 팀원들이 전반전부터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팀이 만든 골'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나상호는 미팅을 통해 동료들의 '투지'를 일깨우며 반전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뛰는 양은 많지 않고, 상대와 강하게 싸우는 장면에서 지고 부족한 모습을 보여줬다"며 "다들 장점이 있고 좋은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선수들이니 자신 있게 플레이하고 공을 뺏기더라도 압박해 다시 가져오면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을 동료들에게 많이 했다"고 전했다.

개인적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나상호는 "주변에서 좋았을 때의 기량이 아니라고 하고, 저도 느끼고 있어서 끌어 올리려 개인 훈련 등을 많이 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도 좋지 않은 패스 등이 나오면 실망스럽기도 하지만, 이겨내는 건 제 몫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상호의 부활은 K리그1 하위권 싸움과 FA컵 결승을 준비하는 서울엔 천군만마와 다름없다.

그는 "이번 주말 리그에서 중요한 슈퍼매치가 있는데, 오늘 같은 경기로 상대를 제압하고 싶다.

전북과의 FA컵 결승전은 조직적으로 잘 준비하고 우승하고 싶다는 마음도 강하게 먹으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