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의 거센 반발로 사흘만에 좌초됐던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에 다시 한번 불이 지펴지는 모양새다. 스페인 축구 명문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사진)이 ESL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면서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페레스 회장은 지난 2일 구단 총회에서 "현재의 경쟁 방식으로는 결승전을 빼면 관중의 흥미를 끌 수 없다"며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들과 최고의 선수들끼리 대결을 팬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총회에서 페레스 회장은 "우리의 사랑받는 스포츠가 아프다. 특히 유럽에서 아프고, 스페인에서도 그렇다"며 "축구가 세계적인 선도 종목으로서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걱정되는 점은 젊은 사람들이 축구에 흥미를 점점 덜 보인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상황이 유럽 내 강호들끼리 경쟁할 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십수년간 테니스계를 이끈 로저 페더러, 라파엘 나달, 노바크 조코비치 간 맞대결을 언급하며 "나달과 페더러는 15년간 40번 맞붙었고, 나달과 조코비치는 16년간 59번 경기를 펼쳤다. 이들의 역사적인 맞대결이 테니스 종목을 성장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 올라온 리버풀은 대회 전신인 유러피언컵 시절을 포함해 UCL에서 6번 우승한 역사적인 팀이지만 지난 67년간 우리와 단 9번 맞붙었다"며 "우리 팀과 첼시의 맞대결도 4번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페레스 회장은 "ESL의 방식은 유럽 축구의 이런 심각한 문제를 풀기 위한 건설적 논의와 전혀 충돌하지 않는다"며 출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ESL은 지난해 4월 AC밀란, 인터 밀란, 유벤투스(이상 이탈리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이상 스페인),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이상 잉글랜드) 등 유럽 12개 빅클럽이 참여 의사를 밝혔던 유럽 최상위 축구 대회다. 하지만 '부자 구단들을 위한 축제'라는 축구계 안팎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발표 72시간 만에 9개 구단이 탈퇴를 선언해 동력을 상실했다.

다만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는 뜻을 굽히지 않아 UEFA와 충돌해 왔다. 양측은 유럽사법재판소(ECJ)에서 현재 법정 다툼 중이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