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C+ 1위, WAR 2위 등 세이버메트릭스 기록이 '클래식 스탯'보다 좋아
6년 150억원 초대형 FA 계약…첫해부터 '모범 FA' 평가받아
'자세히 보면 더 좋은 타자' 나성범 "이정후의 선구안 배우고파"
나성범(33·KIA 타이거즈)은 '보면 볼수록 더 좋은 타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공식 시상하는 타자 8개 부문(타율, 홈런, 타점, 도루, 득점, 안타, 출루율, 장타율)에서 1위를 달리지는 못하지만 최근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가장 정확하게 드러내는 기록으로 꼽히는 'wRC+'(Weighted Runs Created)에서는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를 제치고 1위에 올라 있다.

wRC+는 리그 평균 대비 득점 생산을 측정하는 기록으로, 구장 효과를 적용해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수치화한다.

KBO리그 공식 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가 계산한 나성범의 wRC+는 174.4로 12일 현재 KBO리그 1위다.

이 부문 2위는 164.6의 이정후다.

나성범은 '리그 평균 선수'보다 74.4% 높은 득점 생산력을 과시한다.

'자세히 보면 더 좋은 타자' 나성범 "이정후의 선구안 배우고파"
나성범의 '클래식 스탯'도 최상위권이다.

나성범은 12일 현재 타율 0.323, 21홈런, 94타점, 84득점, 출루율 0.414, 장타율 0.535를 기록 중이다.

타율 5위, 홈런 공동 5위, 타점 4위, 득점 4위, 안타(155개) 4위, 출루율 3위, 장타율 4위를 달리고 있다.

세이버메트릭스에서는 더 위에서 나성범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나성범은 wRC+는 1위에 올랐고,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는 6.77로 이정후(7.24)에 이어 2위에 자리했다.

승리확률 기여도를 측정하는 WPA(Win Probability Added)에서도 나성범은 2.51로 2위, 해당 선수로만 1∼9번 타순을 구성했을 때 9회(아웃카운트 27개)까지 얻을 수 있는 점수를 예측한 RC/27도 9.06으로 2위에 올랐다.

'자세히 보면 더 좋은 타자' 나성범 "이정후의 선구안 배우고파"
11일 서울시 잠실구장에서 만난 나성범은 "세이버메트릭스 기록은 가끔 확인한다.

야구를 조금 더 전문적으로 보는 팬들이 좋아하는 기록이어서, 상위권에서 내 이름을 발견하면 기분 좋다"고 말했다.

'개인 타이틀'이 걸린 클래식 스탯에서 3∼5위권으로 밀린 아쉬움도 '팀 성적'을 바라보며 꾹 눌렀다.

나성범은 "지금 우리 KIA 선수단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하고자 애쓰고 있다.

공개적으로 말을 꺼내지는 않지만, 조금 더 힘을 내서 더 높은 순위로 정규시즌을 마치고 싶다는 열의도 강하다"며 "나도 지금은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더 많은 득점을 하고, 결국 승리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치열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6년 150억원의 초대형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한 첫해에 뛰어난 개인 성적을 거둔 덕에 안도감은 느꼈다.

나성범은 "FA 계약을 한 모든 선수가 시즌 초에는 부담을 느낄 것이다.

나도 좋은 조건에 KIA와 계약해 부담감이 컸다"며 "2월 함평에서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한순간도 쉬엄쉬엄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훈련 때도 후배들에게 '보고 배울 게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다"고 떠올렸다.

함평 스프링캠프에서 나성범은 '광주 자택 출퇴근'도 가능했지만, '함평 숙소'를 택했다.

이동 거리를 아껴서, 더 많은 훈련을 했다.

NC 다이노스 시절부터 '성실함'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나성범은 KIA에서 훈련량을 더 늘렸다.

'자세히 보면 더 좋은 타자' 나성범 "이정후의 선구안 배우고파"
훈련 효과는 시즌 초부터 기록으로 나타났다.

나성범은 4월 24경기에서 타율 0.330, 2홈런, 11타점을 올리며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했고, 이후 부담감도 덜어냈다.

그가 바라는 대로, KIA 후배들은 나성범을 보며 '훈련과 성적의 비례'를 확인했다.

KIA 내부에서 "성공적인 FA 영입"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뛰어난 개인 성적도 올렸지만 나성범은 "나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스스로 다그쳤다.

후배에게도 배울 점을 찾는다.

나성범은 "이정후의 선구안을 배우고 싶다.

나는 볼 카운트가 몰리면 타격 자세가 흐트러질 때가 많다.

그런데 이정후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스윙'을 한다.

이정후의 안타는 대부분 정타"라며 "나도 이정후처럼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확실히 설정하고, 그 공에 확실히 힘을 싣는 타격을 하고 싶다.

올해 이정후의 타격 영상을 자주 본다"고 전했다.

사실 이정후도 장타력과 정확도를 겸비하고, 어깨도 강한 나성범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나성범은 "이정후가 더 좋은 타자"라고 몸을 낮췄다.

성실하고 겸손한 나성범의 성격은, 수치화되지 않은 그의 또 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