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문제 발생할 경우 대비…팀을 위한 결정이라는 점 이해 바라"

'이정후 선발 제외' 속내 밝힌 키움 홍원기 감독 "팀 훈련 차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홍원기 감독이 이정후(24)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속사정을 밝혔다.

홍 감독은 3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를 앞두고 "팀 구성상 백업 선수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주전 선수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기가 쉽지는 않다"면서 "체력 관리 차원에서 어제 경기처럼 주전이 아닌 대타로 경기에 나서는 훈련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는 가운데 주전 선수들의 체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미리 사전 연습을 했다는 취지다.

앞서 키움은 30일 롯데와의 경기에서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 이정후를 선발 명단에서 제외했다.

이날 롯데 선발 투수인 좌완 찰리 반즈를 상대로 이정후가 12타수 1안타, 타율 0.083으로 부진한데다 반즈와 상대하고 나면 타격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였다.

여기에 롯데가 위기 상황에서 반즈를 내리고 구원 투수를 마운드에 올라오는 결정적인 순간에 이정후를 투입해 경기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는 홍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전략이었다.

홍 감독의 구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정후는 반즈가 마운드에서 내려간 이후인 5회 2사 만루에서 대타로 나서 2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팀이 4-1에서 6-1로 달아나는 결정적인 점수였다.

이날 롯데가 6회 이후 4점을 추격하면서 6-5로 경기가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정후의 2타점은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셈이었다.

'이정후 선발 제외' 속내 밝힌 키움 홍원기 감독 "팀 훈련 차원"
하지만 경기 후 이정후가 "솔직히 처음에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선발 명단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면서 미묘한 잡음이 나왔다.

팀 내 최고 타자가 감독의 팀 운영 방식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밝힌 만큼 불필요한 갈등으로 촉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경기에 못 나가다 보니 아쉬운 마음은 있겠지만 팀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알아주기를 바란다"면서 "팀이 우선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그런 생각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아무리 슈퍼스타라도 팀 전략에 따라 얼마든지 선발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홍 감독은 이번 일이 더는 불필요한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그는 "어제 경기 전에도 이정후가 중요한 순간에는 경기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면서 "확대해석할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