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김재현 필두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예고 은퇴'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 펼치며 퇴장

이승엽, 박용택, 그리고 이대호…아름다운 은퇴시즌 보낸 영웅들
프로야구에서 '은퇴 예고'의 개념이 나온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다수 선수는 세월의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밀려나며 유니폼을 벗었다.

한 경기라도 더 뛰려는 선수와 세대교체를 하려는 구단이 갈등을 빚는 사례도 많았다.

'은퇴 예고'는 2009년 SK 와이번스(현재 SSG 랜더스)에서 뛰던 김재현(47)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김재현은 은퇴를 예고하고 뛴 2010시즌 111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8, 10홈런, 48타점을 올리며 팀의 정규시즌 우승에 힘을 보탰고, 한국시리즈에서도 맹타를 휘두르며 우승 트로피를 들고 현역 생활을 아름답게 마감했다.

이승엽, 박용택, 그리고 이대호…아름다운 은퇴시즌 보낸 영웅들
국민타자 이승엽(46·전 삼성 라이온즈)은 예고 은퇴를 한 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선수였다.

그는 은퇴를 선언하고 뛴 2017시즌 135경기에 나와 타율 0.280, 24홈런, 87타점의 팀 간판급 성적을 올렸다.

이승엽은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였던 2017년 10월 3일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와 홈 경기에서 1회와 3회 연타석 홈런을 작렬하며 드라마 같은 엔딩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2020년 은퇴한 박용택(43·전 LG 트윈스)의 마지막 모습도 아름다웠다.

박용택은 2020시즌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00, 35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많은 경기에 뛰진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며 LG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당시 박용택은 양쪽 팔꿈치 관절 통증을 안고 끝까지 이를 악물고 뛰어 많은 감동을 안겼다.

이승엽, 박용택, 그리고 이대호…아름다운 은퇴시즌 보낸 영웅들
공개적으로 예고 은퇴를 하진 않았지만, 홀로 은퇴 시기를 정해둔 뒤 온 힘을 다해 마지막 불꽃을 태운 선수들도 있다.

kt wiz의 유한준(41) 코치는 2021시즌 팀의 창단 후 첫 통합우승을 일구고 조용히 은퇴했다.

당시 유 코치는 정규시즌 104경기에서 타율 0.309, 42타점의 성적을 올렸고, 포스트시즌에서도 중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한준 코치는 팀에 부담을 주기 싫다며 은퇴 결심을 주변에 알리지 않은 채 매 경기에 온몸을 던졌다.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에도 스포트라이트가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싫다며 한참 후에 은퇴 소식을 밝혔다.

올해엔 롯데 자이언츠의 '심장' 이대호(40)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맹활약을 펼치며 화려한 은퇴 시즌을 보내고 있다.

그는 29일까지 올 시즌 11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30, 17홈런, 74타점을 기록하며 각 부문 선두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타율 3위, 최다 홈런 공동 8위, 타점 공동 9위, 장타율(0.494) 7위, OPS(0.870·장타율+출루율) 7위를 달리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대호는 여러 차례 손사래를 쳤지만, 여기저기서 은퇴 번복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