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터는 골프 클럽 가운데 가장 예민한 장비로 꼽힌다. 유리알 같은 그린에 공을 굴려 지름 108㎜ 구멍에 집어넣는 데 쓰는 클럽이어서다. 그러다 보니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6·미국)도 그때그때 자신에게 맞는 퍼터를 찾기 위해 수시로 바꾼다.

퍼터는 크게 헤드 모양에 따라 일자형인 블레이드형과 말발굽 모양인 말렛형으로 나뉜다. 말렛형의 헤드가 블레이드형보다 훨씬 크다. 그 덕분에 공과 퍼터를 정렬하는 가이드선을 길게 그릴 수 있다. 헤드무게도 더 나가기 때문에 퍼팅할 때 손목을 덜 쓸 수 있다. 많은 골퍼가 “초보자는 말렛형이 좋다”고 말하는 이유다.

스코티 셰플러의 퍼터 헤드 밑면.  GolfWRX 캡처
스코티 셰플러의 퍼터 헤드 밑면. GolfWRX 캡처
블레이드형은 헤드가 가벼운 만큼 민감하게 거리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그런 만큼 고수에게 적합한 퍼터로 불린다. 하지만 우즈가 말렛형과 블레이드형을 번갈아 쓰는 걸 보면 딱히 ‘하수=말렛형, 고수=블레이드형’이라고 하기도 모호하다.

최근 들어선 블레이드형과 말렛형을 막론하고 퍼터 헤드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래야 고객의 대다수인 중·하수 골퍼들이 더 쉽게 거리와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퍼터 헤드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건 무게중심이라고 설명한다. 올 들어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선 스코티 셰플러(26)가 그걸 보여줬다고 한다. 셰플러는 2019년 PGA 투어 데뷔 첫해 신인상을 차지한 뒤 지난해 4대 메이저 대회에서 세 차례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올초까지만 해도 우승은 올리지 못한 ‘무관의 강자’였다. ‘한방의 변화’를 위해 그가 선택한 게 퍼터였다. 지난해 말 타이틀리스트의 스코티캐머런 스튜디오를 방문해 고민을 털어놨고, 스코티캐머런 스튜디오는 그가 사용하던 뉴포트2 모델 헤드에 몇 가지 변화를 줬다. 헤드 모서리를 좀 더 날렵하게 마무리했고 솔에 2개의 무게추를 더했다. 톱 라인에 있던 검은색 정렬선은 헤드 뒤쪽으로 옮겼다.

효과는 곧바로 드러났다. 셰플러는 새 퍼터를 들고 처음 출전한 피닉스오픈 3차 연장전에서 7m 버디퍼트를 넣으며 첫승을 올렸다. 이후 2승을 추가하며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섰고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우승까지 따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