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감 넘치는 경주, '아이템' 연상케 하는 부스트 모드 '매력 만점'
주최 측 홍보 부족에 흥행은 '글쎄'…관중석 위치도 애매
포뮬러E 서울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아직은 '그들만의 서킷'
한국에서 처음 열린 포뮬러E 레이스는 전기차 특유의 굉음만큼이나 아쉬움도 크게 남겼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중심으로 마련된 잠실 서킷에서 2022 하나은행 서울 E프리 15라운드가 열렸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22대의 전기차가 잠실의 고층 아파트 앞을 '광속'으로 달리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인상적이었다.

심장을 울리는 내연기관 경주차의 '뱃고동 소리'는 없었지만, 전기차 머신 '젠2'(Gen2)의 최대 출력 250㎾ 모터가 만들어내는 소리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전자음'이 기분 좋게 귀를 자극했다.

박진감도 넘쳤다.

비에 노면이 젖은 탓에 커브를 돌 때면 충돌할 것 같은 아찔한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포뮬러E 서울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아직은 '그들만의 서킷'
사고는 첫 바퀴를 다 돌기 전부터 터졌다.

마지막 급커브 구간에서 무려 8대의 차량이 추돌하거나 펜스에 부딪혔다.

먼저 펜스를 받은 차량 아래로 뒤따르던 차량이 파고드는 아찔한 상황도 펼쳐졌다.

레이싱에서 인명피해가 없는 '적당한 사고'는 흥행의 한 요소로 여겨진다.

레이스 열기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팬 투표로 받는 '팬 부스트', 특정 구간에서 쓸 수 있는 '어택 모드' 등, 마치 비디오게임의 '아이템'을 연상케 하는 부스트 모드도 팬들의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다.

부스트 모드를 쓸 때 레이서의 머리를 보호하는 헤일로에 불이 들어오는 장면은 포뮬러E 레이싱의 '백미'였다.

하지만 이 모든 매력을 주최 측의 홍보 부족 등으로 많은 팬이 즐기지 못한 점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대회의 한국 주최에 앞장선 포뮬러E코리아는 3달 전인 5월에야 홍보대행사와 계약해 본격적인 홍보 활동을 시작했다.

포뮬러E 서울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아직은 '그들만의 서킷'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SNS 홍보 활동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달 중순 들어서였다.

포뮬러E코리아 측은 이날 오전 치러진 연습 주행부터 예선, 결승까지 총 1만7천500명의 관중이 잠실주경기장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만, 결승 때 경기장의 관중은 아무리 많게 봐도 수천 명 수준으로 보였다.

레이스를 볼 수 있는 곳이 올림픽주경기장으로 한정된 점도 아쉬웠다.

주경기장 안에 마련된 원형 코스는 경주차가 빠른 속도로 추월을 하기에 너무 애매한 길이였다.

추월이 이뤄지기 좋은 구간이나 최고 속도가 나는 구간에 관중석이 설치됐다면 팬들에게 더 좋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을 터다.

포뮬러E 서울 데뷔전은 절반의 성공…아직은 '그들만의 서킷'
서킷 주변에 주최 측이 마련한 볼거리도 '생각보다 볼 게 없더라'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도레이, 삼성전자 등이 홍보 부스를 설치했는데 내용이 레이싱과 큰 관련은 없어 보였고, 팬들의 관심도도 미지근했다.

Gen2 머신과 포뮬러E 챔피언십이 열린 각 도시 트랙을 시뮬레이션으로 체험할 수 있는 '게이밍 아레나'에 그나마 팬들이 몰렸다.

넷플릭스의 포뮬러원(F1) 다큐멘터리를 보고 레이싱 마니아가 됐다는 회사원 김모(40)씨는 "볼거리가 많다는 얘기를 듣고 일부러 일찍 왔는데 알맹이가 없었다.

홍보가 제대로 안 됐는지 관중들이 적은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포뮬러E 서울 E프리는 다음날 16라운드를 치르고 끝난다.

2021-2022시즌 포뮬러E 월드 챔피언십의 마지막 대회다.

다음 시즌 서울 대회는 잠실이 아닌 광화문광장으로 옮겨 여는 방안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