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 투어 연장전 4전 전패…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 가능성↑
우승한 부하이는 남아공 여자 선수 두 번째로 메이저 제패
'연장 징크스' 깨지 못했지만 확실한 부활 알린 전인지
현지시간으로 밤 9시가 넘어까지 진행된 '연장 대혈투'에서 아쉽게 준우승한 전인지(28)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연장 징크스'에 또 발목이 잡혔지만 2022년 확실한 '부활 샷'을 날리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전인지는 8일(한국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에서 열린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최종일에서 1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로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와 연장전에 들어간 전인지는 4차 연장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로써 전인지는 LPGA 투어에서 치른 역대 연장 승부에서 '4전 전패'를 기록했다.

2014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연장 패배를 당한 전인지는 이후 2017년 매뉴라이프 클래식, 2018년 킹스밀 챔피언십에 이어 이번 대회 연장에서도 준우승했다.

전인지는 '플라잉 덤보'라는 유명한 별명 외에 '메이저 퀸'이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큰 대회에 강한 선수다.

LPGA 투어 통산 4승 가운데 3승이 메이저에서 나왔고, 한국에서 메이저 3승, 일본 메이저 2승을 거둘 정도의 '강심장'이지만 유독 연장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날 연장에서도 1∼3차 연장 내내 불리한 흐름 속에 힘겹게 무승부를 거두고 승부를 다음 차수로 넘겼지만 현지시간 밤 9시를 넘겨 일몰을 눈앞에 둔 4차 연장에서는 티샷이 벙커로 들어간 상황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연장 징크스' 깨지 못했지만 확실한 부활 알린 전인지
전인지가 우승했더라면 5대 메이저 대회 가운데 4개 대회 타이틀을 수집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전인지는 2015년 US여자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올해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고, 남은 메이저 대회는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여자오픈이다.

여자 골프에서는 5대 메이저 가운데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 된다.

커리어 그랜드 슬램은 지금까지 7명이 달성했고, 한국 선수로는 박인비(34)가 2015년에 4개 대회 조각을 맞췄다.

비록 대기록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전인지는 올해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2018년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 이후 4년 가까이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한 전인지는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우승 후 인터뷰에서 "은퇴까지 생각했다"며 힘들었던 시기를 떠올렸다.

2015년과 2016년 메이저 대회에서 한 차례씩 우승했고 2016년 평균 타수 1위와 신인왕을 휩쓴 이후 다소 잠잠했던 전인지는 이후 6년 만인 올해 '제2의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이날 준우승 이후에도 전인지는 "아쉬움은 여기서 털고 내년, 내후년에 계속 커리어 그랜드 슬램에 도전하겠다"고 자신감 넘치는 소감을 전했다.

'연장 징크스' 깨지 못했지만 확실한 부활 알린 전인지
전인지를 연장에서 꺾은 부하이는 여자 골프 세계 랭킹 84위의 비교적 무명 선수다.

레이디스 유러피언투어(LET) 3승이 있었지만 LPGA 투어에서는 우승도 없었는데 첫 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따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가 여자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0년 여자 PGA 챔피언십, 1988년 뒤모리에 클래식을 제패한 샐리 리틀에 이어 부하이가 두 번째다.

또 2016년 결혼한 남편 데이비드 부하이가 현재 이정은(26)의 캐디를 맡고 있기도 하다.

2002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남자 브리티시오픈에서 우승한 어니 엘스(남아공)에 이어 20년 만에 여자 브리티시오픈에서도 남아공 선수가 정상에 올랐다.

여자 브리티시오픈이 뮤어필드에서 열린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1744년 개장한 뮤어필드는 270년 넘게 남성 회원들만 받다가 2017년에야 여성 회원들에게 문호를 개방한 코스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