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한솔이 7일 엘리시안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지한솔이 7일 엘리시안 제주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고 있다. KLPGA 제공
7일 엘리시안 제주(파72·6684야드) 18번홀(파4). 앞선 홀까지 3연속 버디를 잡으며 선두 최예림(23)을 동타로 따라잡은 지한솔(26)의 티샷이 210m 날아 페어웨이에 안착했다. 핀까지 남은 거리는 약 120m. 두 번째 샷을 앞두고 지한솔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클럽인 9번 아이언을 잡았다. 스위트 스폿을 맞은 공은 깃대를 맞은 뒤 홀에서 한 뼘 거리에 떨어졌다.

지한솔의 막판 추격에 압박감이 컸던 탓일까. 최예림의 마지막 홀 두 번째 샷은 그린 입구 프린지에 멈춰섰다. 11m 롱 버디퍼트에 도전했지만 공은 홀 입구에 멈췄다. 지한솔의 극적인 대역전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지한솔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주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9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3타 차를 따라잡으며 우승컵을 안았다. 이날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를 친 지한솔은 최종 합계 14언더파 274타로 최예림을 1타 차로 따돌렸다. 이번 우승으로 지한솔은 투어 통산 3승을 기록하며 우승상금 1억6200만원을 품에 안았다.

지한솔은 KLPGA 투어의 강자 중 하나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2015년 정규투어에 데뷔했다. 2017년 11월 ADT캡스 챔피언십에서 첫 승을 올렸고 지난해 5월 E1 채리티오픈에서 우승을 추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좋은 흐름을 이어갔다. 16개 대회 중 절반인 8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하지만 우승은 잡힐듯 잡히지 않았다. 지난 5월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섰던 E1 채리티오픈에서는 5차 연장전까지 이어진 접전 끝에 정윤지(22)에게 우승을 내줬다.

시즌 후반 첫 대회에서 지한솔은 꾸준히 리더보드 상단을 지켰지만 대회 최종일을 앞두고 우승을 기대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3타 차 단독 3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했다. 최예림과 박현경의 선두 싸움이 벌어진 전반에 지한솔은 타수를 잃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반격은 후반 15번홀(파5)부터 시작됐다. 박현경이 주춤하고 최예림이 파를 이어가며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한 사이 지한솔의 ‘줄 버디’가 시작됐다. 지한솔의 강점인 날카로운 아이언샷에 퍼팅까지 살아나자 거칠 것이 없었다. 지한솔은 이번 대회에서 깃대를 세 번이나 맞힐 정도로 날카로운 샷감을 선보였다. 올 시즌 그린적중률은 79.03%로 투어 4위다.

분위기는 17번홀(파4)에서 지한솔에게 완전히 넘어왔다. 지한솔이 약 10m 내리막 슬라이스 퍼트를 성공시키며 최예림과 동타를 만들어냈다. 기세를 올린 그는 18번홀에서 깃대를 맞히는 샷으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골프는 장갑 벗을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격언을 지한솔이 또 한 번 보여줬다.

하반기 첫 대회를 우승으로 장식하며 대상 포인트 3위, 상금 6위(4억5698만원)에 오른 그는 “너무 욕심내면 (목표들이) 도망가기 마련”이라며 “그런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고, 톱10에 꾸준히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1라운드부터 내내 선두를 지키며 생애 첫 승을 노렸던 최예림은 이날 1타를 줄이는 데 그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하게 됐다. 올 상반기 스윙 난조로 부진을 이어갔던 박현경(22)은 최종 합계 10언더파 3위로 대회를 마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