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신분으로 실업 형님들 줄줄이 격파하고 대통령기 우승
'런던 은메달' 오상은 아들…김택수 "아버지보다 나아"
아버지보다 강한 '강철멘털' 오준성, 한국탁구 뜨겁게 만들다
"아빠의 힘과 기술은 물려받았고, 단점은 다행히 안 물려받았네요.

하하!"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
5일 제38회 대통령기 전국탁구대회 '일반부' 개인전 남자 단식에서 실업팀 선배들을 줄줄이 거꾸러뜨리고 우승을 차지한 오준성(대광고1)은 2000~2010년대 한국 남자 탁구 강자로 군림한 오상은(45) 미래에셋증권 코치의 아들이다.

고교 진학과 동시에 국내 주니어무대를 평정하며 기대를 모으던 오준성은 지난 1월 중학생 신분으로 출전한 2022년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차를 통과하고 최종선발전까지 올라 탁구인들을 놀라게 했다.

5월에는 유럽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유스 컨텐더 시리즈에서 4차례나 우승하며 국제무대 경쟁력도 확인했다.

오상은 코치로부터 물려받은 건장한 체격에서 나오는 파워와 어릴 적부터 탄탄하게 갈고닦은 기본기가 오준성의 강점으로 꼽힌다.

좋은 디펜스 능력을 바탕으로 한 경기 운영 능력이 또래보다 몇 수 위라는 평가를 받던 오준성은 고교생이 된 올해 날카로운 포핸드 공격에 파워가 더해지면서 더 무서운 선수로 성장하고 있다.

아버지보다 강한 '강철멘털' 오준성, 한국탁구 뜨겁게 만들다
탁구인들은 무엇보다 위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오준성의 멘털에 주목한다.

이날 국내 최강 수비수 강동수(미래에셋증권)를 상대로 치른 결승전에서 오준성은 게임점수 2-0으로 앞서다가 동점을 내준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라켓을 휘둘렀다.

실업팀과 대표팀에서 '선수 오상은'을 오래 지도했던 김택수 대한탁구협회 전무는 "오상은은 힘과 기술을 고루 갖췄으면서도 큰 무대에서 심리적인 부분에서 흔들리곤 했는데, 아들 오준성에게서는 그런 단점이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보다 나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대로 꾸준히 성장해 준다면 3~5년 안에 국제대회에서 아버지 이상 가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은 코치는 2012 런던 올림픽 단체전 은메달, 2008 베이징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냈다.

오준성이 '올림픽 금메달급' 재목이라는 얘기다.

아버지보다 강한 '강철멘털' 오준성, 한국탁구 뜨겁게 만들다
오준성이 파란을 일으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탁구협회의 대회 참가 규정 변경이 있다.

탁구협회는 유망주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종별탁구대회, 대통령기대회의 연령별 출전 제한 규정을 풀었다.

그래서 고교생 오준성이 '계급장'을 떼고 일반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중등부에서는 '탁구 신동'으로 주목받는 초등학생 이승수(동문초)가 단식 8강까지 올랐다.

여자 선수 중에서는 아직 10대인 신유빈(대한항공), 김나영(포스코에너지)이 일찌감치 실업팀에 입단해 두각을 나타내는 등 최근 한국 탁구에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김택수 전무는 "오늘처럼 어린 후배가 선배를 이겨 탁구계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이 자주 나올수록 한국 탁구는 더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