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임대 마치고 돌아와 이미 '커리어 하이'…"FA컵 우승컵 들고파"
대구의 '고자기' 고재현 "위치 선정의 비결? 성실함과 운이죠"
요즘 프로축구 K리그1 대구FC의 '대세'를 꼽으라면 단연 고재현(23)이다.

대구 대륜고 출신으로 2018년 프로 데뷔했으나 대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K리그2 서울 이랜드로 임대를 다녀왔는데, 복귀한 이번 시즌 잠재력을 폭발하고 있다.

이제 시즌의 절반 정도인 18라운드를 보낸 K리그1에서 이미 7골 1도움으로 지난 5년간 리그에서 기록한 4골을 이미 넘어섰다.

그나마도 앞선 4골은 임대 시절 나온 것으로, K리그2에서 한 해 2골씩 넣은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의 2라운드에서 1-1 무승부를 이끄는 동점 골을 터뜨려 자신의 K리그1 첫 골을 넣은 것을 시작으로 고재현은 팀 내 리그 최다 득점을 기록 중이다.

그의 7골은 K리그1 전체 7위에 해당하며, 대구가 자랑하는 '브라질 공격 듀오' 세징야(5골), 제카(4골)보다도 많다.

이들과 더불어 고재현은 당당히 팀 공격을 이끌고 있다.

25일 전북과의 전주 원정에서 나온 1골을 빼면 모든 득점을 홈 경기에서 기록한 점도 대구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부분이다.

특히 그는 골을 넣을 만한 위치 선정이 탁월하다는 평가 속에 왕년의 이탈리아 골잡이 필리포 인차기와 이름을 합친 '고자기'라는 별명을 얻어 이름만큼이나 자주 불리고 있다.

대구의 '고자기' 고재현 "위치 선정의 비결? 성실함과 운이죠"
29일 안방인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대한축구협회(FA)컵 8강전을 마치고 만난 고재현에게 위치 선정의 비결을 묻자 단번에 '성실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세징야, 제카 등 중거리 슛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슛 상황에 세컨드 볼을 보고 들어가곤 한다.

성실하게 계속 문전으로 쇄도하다 보니 저에게 공이 오는 것 같다"며 "(이)근호 형이 말하길, 그런 공은 성실한 선수에게 많이 온다더라"고 귀띔했다.

포항과의 FA컵 8강전 전반 44분 나온 그의 골도 그랬다.

세징야가 페널티 아크 부근에서 절묘한 볼 컨트롤 뒤에 때린 오른발 슛을 포항 강현무 골키퍼가 막아냈는데, 흐른 공을 고재현이 가볍게 차 넣으며 3-1을 만들었다.

세징야의 슛이 강현무 쪽으로 향할 때 공에 시선을 집중하며 페널티 지역 안으로 달려 들어간 고재현의 움직임이 발판이 됐다.

경기에서 대구가 3-2로 승리하며 고재현의 이 골은 결승 득점이 됐다.

"운도 많이 따라주는 것 같다"며 미소 지은 고재현은 "'고자기'라는 별명은 팬들이 붙여주신 거라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에 걸맞게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20세 이하(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이자, 23세 이하(U-23) 대표팀에도 발탁된 바 있으나 임대 시절을 포함해 소속팀에서는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한 그가 대구에 돌아오자마자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는 뒤엔 치열한 준비가 있었다.

대구의 '고자기' 고재현 "위치 선정의 비결? 성실함과 운이죠"
고재현은 "돌아와서 동계 훈련 때부터 힘든 시간이 많았는데 잘 이겨낸 것 같다.

경기장에 들어갔을 때 어떤 플레이가 팀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앞에서 열심히 싸워주다 보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저도 그 덕을 보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꽃을 피우기 시작한 기량에 어깨가 으쓱할 법한데도 고재현은 "개인적인 목표는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는 "항상 팀에 도움이 되자는 생각만 한다.

끝났을 때 후회만 남기지 말자는 마인드로 나간다"며 "끝날 때까지 같은 마음가짐으로 시즌을 보내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다만 '트로피' 욕심까지 숨기진 않았다.

지난해 FA컵 결승에서 K리그2 전남 드래곤즈에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했던 대구는 2년 연속 4강에 안착, 다시 정상의 문을 두드린다.

고재현은 "임대 가 있을 때도 늘 대구 경기를 챙겨봤고, 작년 FA컵 결승은 보러 왔었다.

밖에서 지켜보며 내년에 돌아와 꼭 저 자리에서 우승컵을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며 "이제 우승까지 2경기가 남았으니 꿈꿔온 대로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