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라이엇게임즈코리아가 주관하는 2022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가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지난 19일에 있었던 T1과 KT롤스터의 통신사 더비는 64만 명이 시청했다. 현재까지 LCK 서머 기준 최고 시청자 수다. 그리고 오늘(25일) 그 기록이 깨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는 두 팀이 맞붙기 때문이다. 바로 2022 LCK 스프링 시즌 우승 팀인 T1과 2020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 팀인 담원 기아(DK, 이하 담원)다.

LCK 24연승 대기록까지 한 걸음 남은 T1, 상대는 '천적' 담원

T1 단체 사진(제공=LCK)
T1 단체 사진(제공=LCK)
담원 기아 단체 사진(제공=LCK)
담원 기아 단체 사진(제공=LCK)
T1은 올해 스프링 시즌을 전승으로 우승하며 강력함을 뽐냈다. 서머 시즌에도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리브 샌드박스 전에서 승리하며 LCK 23연승을 달성했다. 최다 연승 기록으로 2015년 T1의 전신인 SKT T1이 세운 기록과 동률이다. 담원과의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2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T1으로서도 욕심이 나는 상황이다.

담원은 지난 스프링 최종 순위 3위에 그쳤지만 이번 서머 시즌 2020 롤드컵 우승 핵심 전력이었던 너구리(장하권)가 팀에 복귀하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담원은 이번 시즌 LCK 우승을 통해 롤드컵 직행을 노리고 있다. 지난 22일 젠지전 패배로 순위 경쟁에서 뒤처지며 이번 경기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두 팀 간의 상대 전적에선 담원이 44전 25승 19패(세트 기준)로 앞서고 있다. T1이 유일하게 상대 전적에서 밀리는 LCK 팀이 담원이다. 하지만 지난 스프링 시즌엔 T1이 4승 1패(세트 기준)로 최근 전적에선 앞선다.

제우스 VS 너구리...가슴이 웅장해지는 첫 대결

이번 대결에서 가장 주목받는 라인은 역시 탑이다. 양 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선수들이 만나기 때문이다. 바로 T1의 제우스와 담원의 너구리다. 두 선수는 이번에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친다. 제우스가 데뷔한 2021년에는 너구리가 중국리그인 LPL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만나지 못했다.
T1 탑 라이너 제우스(최우제)
T1 탑 라이너 제우스(최우제)
T1의 제우스(최우제)는 2021년도 스프링 시즌에 데뷔했다. 경력으로는 이제 2년 차인 신인 선수다. 하지만 2021년 롤드컵 4강 진출, 2022년 LCK 스프링 전승 우승, MSI 준우승 등을 달성하며 신인답지 않은 포스를 뽐내고 있다. 올해 MSI에서는 혼자서 상대를 18번 잡아내며 대회 최다 솔로킬을 기록했다.

이번 서머 시즌에도 엄청난 활약을 뽐내고 있다. 경기에서 가장 활약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POG(Player of Game) 포인트가 400점으로 지난 24일 기준 리그 1위다. 평균 킬 수는 4회로 탑 라이너 중 가장 많다. 15분간 평균 골드 격차도 1384.7로 압도적이다. 팀 내 데미지 비중(DMG%)과 분당 데미지(DPM) 역시 각각 31.9%와 651로 탑 라이너 중 가장 높다. 팀에서 핵심 딜러 역할을 수행한다는 의미다.
담원 기아 탑라이너 너구리(장하권)
담원 기아 탑라이너 너구리(장하권)
담원기아의 너구리(장하권)는 2020년도 롤드컵 우승 후 2021년 중국리그인 LPL로 떠나 1년간 펀 플러스 피닉스(FPX)에서 활동했다. 2021년 LPL 스프링과 서머 모두 준우승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거뒀으나 롤드컵 그룹스테이지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2022년 스프링 시즌 휴식기를 가졌다. 이후 1년 반 만에 친정팀인 담원으로 돌아왔다. 2020 롤드컵 우승을 함께 했던 캐니언(김건부), 쇼메이커(허수)와 다시 합을 맞추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서머 시즌도 공백기가 무색한 준수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KDA(킬과 어시스트를 합한 값을 데스로 나눈 값)가 4.25로 탑 라이너 중 2위다. 평균 데스가 1.7로 매우 낮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덕분이다. 팀 내 데미지 비중과 분당 데미지는 각각 22.1%와 428로 높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15분간 평균 경험치 격차가 333으로 탑 라이너 가운데 1위이고 15분간 평균 골드 격차도 510으로 제우스에 이어 2위다.

두 선수가 모두 애용하는 제이스, 누가 꺼내들까

두 선수가 우위에 있는 지표가 다른 이유는 팀 내 역할에 따라 챔피언 선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7경기 동안 4개 챔피언을 골랐다. 갱플랭크, 나르, 제이스, 그라가스다. 너구리는 7경기 동안 총 5개 챔피언을 사용했다. 갱플랭크, 나르, 세주아니, 아트록스, 그라가스다.

갱플랭크와 제이스는 데미지를 넣는 딜러 역할을 한다. 나르, 아트록스 그리고 그라가스는 딜러와 탱커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소위 딜탱형 챔피언이다. 반면 세주아니는 순수 탱커 역할을 맡는다. 상대적으로 탱커형 챔피언을 많이 택한 너구리가 데미지 지표에선 뒤처진 모양새다.

물론 이번 2주 차부터 바뀐 패치가 적용되면서 두 선수의 챔피언 선택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번 패치로 탑 라인에서는 그웬과 아트록스가 하향됐다. 한편 그라가스와 이렐리아, 그리고 트린다미어가 상향됐다.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사용되는 챔피언 (왼쪽부터 제이스, 그라가스, 갱플랭크) (출처=리그오브레전드 공식홈페이지)
리그오브레전드에서 사용되는 챔피언 (왼쪽부터 제이스, 그라가스, 갱플랭크) (출처=리그오브레전드 공식홈페이지)
이번 두 선수 간의 대결에서 주목받는 챔피언은 제이스와 갱플랭크, 그라가스다.

두 선수 모두 제이스로 유명하다. 양 선수의 모스트 픽 챔피언이기도 하다. LCK 경기 기준 제우스는 총 21판을 플레이해 16승을 거뒀다. 너구리 역시 37번 기용해 27승이라는 높은 승률을 보였다. 두 선수가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챔피언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제우스는 지난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서 제이스를 택했고 POG를 받았다.

갱플랭크는 현재 LCK 서머 기준 9승 3패로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제우스는 이번 시즌 갱플랭크를 뽑은 3판을 모두 이겼다. 2022 MSI에서도 활약한 만큼 담원 입장에서 경계하는 카드다. 너구리도 이번 시즌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에서 사용해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충분히 꺼내들 수 있다.

상향받은 그라가스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제우스는 LCK에서 그라가스를 총 8번 기용해 8승을 거둘 정도로 좋은 기억이 있다. 너구리 역시 2021년 LPL에서 활동할 당시 스프링에서 3번 꺼내 모두 승리한 경험이 있다. 최근 젠지와의 경기에서 세트 승리를 거둔 전적도 있다. 딜러와 탱커 챔피언 모두를 상대로 버티기 좋은 챔피언이기 때문에 무난한 선픽 카드로 선택될 수 있다.

이번 T1과 담원의 맞대결은 제우스의 번개 같은 공격성이 너구리의 노련한 방패를 뚫어낼 수 있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제우스는 지난 리브 샌드박스와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너구리와의 대결은 버킷리스트"라고 말했다. 제우스가 세체탑(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탑라이너)으로 불렸던 너구리를 뚫어낼지, 아니면 너구리가 “아직 멀었다”며 제우스의 질주를 막아낼지 두 선수의 진검승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