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A매치 연승 원해요!"…소나기도 못식힌 수원 4만명 열기
한차례 소나기가 쏟아져 초여름의 더위가 누그러진 10일 오후에도 또 한 번 A매치 승리를 기대하는 축구 팬들의 열기는 식지 않았다.

한국과 파라과이 축구 국가대표팀의 친선경기가 열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에는 경기 시작 4시간여 전부터 모인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경기장 인근 굵은 빗줄기가 한 시간가량 떨어지다가 그쳤지만, 팬들의 발길을 멈추진 못했다.

푸드 트럭과 노점상이 경기장 앞에 장사진을 이룬 가운데 마련된 야외 테이블과 벤치마다 붉은 대표팀 유니폼을 챙겨 입은 남녀노소 팬들이 담소를 나누며 경기를 기다렸다.

앞선 브라질전(2일), 칠레전(6일)에 이어 3번째 6월 A매치인 이날 경기도 지난달 30일 티켓 예매를 시작하자마자 곧장 매진됐다.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전 좌석이 동나며 팬들의 열기를 실감케 했다.

앞서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중남미의 강호로 평가받는 칠레를 2-0으로 완파한 대표팀의 경기력에 팬들은 또 한 번 시원한 승리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당시 한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온 장 모(40) 씨는 "칠레전만큼 기분 좋은 승리가 있을 것 같다.

당연히 손흥민이 핵심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칠레전에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한데다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자축포까지 쏘아 올린 손흥민(토트넘)의 인기는 대단했다.

"시원한 A매치 연승 원해요!"…소나기도 못식힌 수원 4만명 열기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난 팬 중 손흥민의 등번호인 7번이 적힌 유니폼이 아닌 경우는 드물었다.

친구 3명과 모두 손흥민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공 모(28) 씨는 "군사 훈련차 입소한 황희찬에게는 미안하지만, 공격진에 특별한 공백 없을 것 같다.

4-1을 예상한다"며 "손흥민이 4골 다 넣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이 군사훈련을 위해 팀을 떠난데다 정우영(알 사드) 역시 부상 중이어서 대표팀은 완전체가 아닌 형태로 파라과이와 맞선다.

고 모(60) 씨는 "황희찬과 정우영이 안 나온다고 하는데 그래도 요즘 손흥민이 활약을 보니 충분할 것 같다"며 "비가 그치고 나니 공기도 시원하고 이기기 좋은 날"이라고 했다.

A매치 100경기에 출전해 32골을 넣은 손흥민은 통산 A매치 득점 순위에서는 차범근(58골), 황선홍(50골), 박이천(36골), 김재한·이동국(이상 33골)에 이어 통산 6위에 올라 있다.

이날 경기에서 1골을 넣으면 이동국과 동률, 2골을 넣으면 단숨에 통산 4위로 올라선다.

등번호 20번의 이동국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을 찾은 윤재상(42) 씨는 "이 말을 들으면 동국이 형이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손흥민의 득점을 기대한다.

기록을 깨지라고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시원한 A매치 연승 원해요!"…소나기도 못식힌 수원 4만명 열기
이날 관중석에서는 'GO!KOR22'라는 카드섹션 문구도 떠오른다.

10일은 2002 한일월드컵에서 미국전이 있었던 날로 당시 문구인 'GO!KOR16'의 의미를 확장한 것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숫자를 22로 바꿨다.

전주에서 올라온 이승형(50) 씨는 "벌써 20년이 됐다니 시간이 참 빠르다"며 "한일 월드컵이 엊그제 같다.

그때는 잊지 못한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미국과 경기에서 안정환의 동점 골 장면이 생각난다"며 "오늘은 손흥민이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