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끝내기 패배 악몽 딛고 9회말 1사 1, 3루서 '슈퍼 세이브'
3연투에 출혈까지…온몸 던진 LG 수호신 고우석 "내성 생겼다"
LG 트윈스 마무리 투수 고우석(24)은 21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서 무거운 짐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다.

천근만근 부담을 느끼는 것이 구원투수의 숙명이지만, 이날만큼은 그 정도가 심했다.

고우석은 19일 kt wiz전, 20일 SSG전에 이어 3연투를 해야 했고, 전날 경기에선 9회말 끝내기 패배의 충격을 겪었다.

이날 경기도 4-0으로 앞서다 3점을 내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게다가 고우석은 연투로 뭉친 팔 근육을 풀다가 손가락에 상처가 생겼다.

그는 "유니폼 바지에 손가락을 훔쳤더니 피가 나더라. 욱신욱신했다"라고 말했다.

3연투 여파는 이날 경기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두 타자 추신수를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지만, 최지훈에게 볼 4개를 연거푸 던졌다.

고우석은 "갑자기 밸런스가 흔들렸다.

불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다음 타자는 SSG의 간판 최정. 고우석은 정면 승부를 택해 직구 4개를 연거푸 던졌다.

노련한 최정은 4구째 직구를 걷어내 우중간 안타로 연결했다.

1사 1, 3루가 됐다.

고우석은 "최정 선배를 너무 쉽게 상대한 것 같았다"고 했다.

이제 외야 뜬 공 하나면 동점, 장타 하나면 끝내기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후속 타자는 장타자 한유섬. 하루 전의 악몽이 떠오를 법했다.

고우석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회심의 커브를 던졌다.

한유섬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삼진이었다.

마지막 타자는 외국인 선수 케빈 크론. 고우석은 경기 전 전력미팅 장면을 떠올렸다.

그는 "과감한 빠른 승부가 상대 타자의 스윙을 끌어내고, 커브를 결정구로 활용하려 했다"라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한 상태에서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계획대로 높은 직구와 슬라이더로 파울 2개를 유도했고, 마지막 공은 시속 131㎞의 커브를 던졌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삼구삼진으로 경기를 마무리한 뒤 고우석은 그제야 활짝 웃었다.

그는 '어제 경기 여파로 부담이 크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4년째 그런 경험을 하고 있다"며 웃은 뒤 "이제는 내성이 생긴 것 같다"고 답했다.

다만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더라도 어떤 부분에서 실수가 있었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충분히 얻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좋은 투수가 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3세이브째를 거둔 고우석은 KIA 타이거즈 정해영을 제치고 세이브 부문 단독 2위를 꿰찼다.

부상으로 재활 중인 이 부문 1위 김택형(SSG·15세이브)과의 격차는 2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