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배 두꺼워진 아이언 목…빗맞아도 거리 손실 없다?
골퍼들은 대개 보수적이다. 변화를 싫어한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만 봐도 그렇다. 평생 거둔 메이저대회 15승 중 14승을 같은 퍼터를 사용해 올렸다. 그립은 골프프라이드가 만드는 ‘PP58 클래식’만 쓴다.

그렇다고 물러설 골프용품 업체들이 아니다. 골퍼들이 변화를 싫어한다는 이유로 신제품을 내놓지 않으면 회사 성장은 그 자리에서 멈춘다. 끊임 없이 새로운 장비를 개발하는 것, 그리고 골퍼들의 문을 두드리는 건 용품업계의 숙명이다. 나이키가 2000년대 중반 사각형 드라이버를 내놓은 것이나 테일러메이드가 최근 탄소섬유로 제작한 드라이버를 출시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야마하골프는 도전 무대를 아이언으로 잡았다. 방향이 일관되지 않거나 헤드가 뒤틀리는 아마추어 골퍼가 많다는 점에 착안했다. 그렇게 나온 게 ‘더블넥’ 아이언(VD40·사진)이다. 헤드와 샤프트를 잇는 목이 2개인 것처럼 뚱뚱하게 만든 ‘세상에 없던 골프채’다.

VD40의 더블넥은 요트에 달린 러더(방향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물결이나 파도가 요동쳐도 원하는 방향으로 요트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러더처럼 페어웨이에서나 러프에서나 공이 똑바로 날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야마하골프를 수입하는 오리엔트골프 관계자는 “더블넥 구조 덕분에 스윙할 때 헤드의 궤도가 한층 더 일정해진다”고 말했다.

헤드가 뒤틀리는 현상도 막아준다. 목이 두꺼운 복서가 펀치에 맞아도 덜 휘청거리듯이 단단한 더블넥이 임팩트 때 헤드 주변에 전달되는 힘을 견디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이는 관성모멘트(MOI) 증가로 이어진다는 게 제조사 측 설명이다. 관성모멘트는 골프 클럽에 가해지는 외부의 힘과 뒤틀림(토크)에 반발하는 힘의 크기를 수치화한 것이다. 관성모멘트가 클수록 헤드 중심 주변의 뒤틀림이 줄어들어 관용성이 좋아진다.

이 덕분에 야마하골프의 자체 테스트에서 VD40은 공이 스위트스폿에 맞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비거리 차이는 크지 않았다. 스위트스폿에 맞은 공은 142m를, 스위트스폿에서 2㎝ 벗어난 부분에 맞은 공은 138m 비행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