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선발전 '지옥문' 통과한 선수들, 항저우 AG 연기로 '허탈'
올림픽 나갈 선수 안 정해졌던 도쿄올림픽 때와는 달라
'양궁 맏형' 오진혁의 소신발언 "AG 선발전 다시 하는 건 부당"
한국 리커브 양궁 대표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오진혁(41·현대제철)이 연기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해 '반대' 의사를 뚜렷이 밝혔다.

오진혁은 18일 광주국제양궁장에서 열린 2022 현대 월드컵 리커브 남자 예선 라운드를 소화한 뒤 "아시안게임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은 선수들에게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양궁협회는 3차례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러 그해 대표선수를 뽑는다.

이어 국가대표들만 나서는 2차례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할 선수를 선발한다.

이번 현대 월드컵에 출전한 리커브와 컴파운드 대표선수 16명은 지난달까지 7개월에 걸쳐 열린 5차례 대회에서 약 3천발의 화살을 쏘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권을 따내기 위한 '지옥문'을 통과했다.

'양궁 맏형' 오진혁의 소신발언 "AG 선발전 다시 하는 건 부당"
그런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연기되면서 이들의 대회 출전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양궁협회의 대표선수 선발의 대원칙은, 국제대회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는 선수를 매년 정량적인 잣대로 가려내 뽑는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이 1년 연기됐을 때 2020년도가 아닌 2021년도 국가대표 중에서 올림픽 대표를 뽑은 것도 이런 대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도쿄올림픽 때와 상황이 다르다.

도쿄올림픽이 연기됐을 때는 2020년도 국가대표 선발전까지만 완료하고, 올림픽에 나갈 선수 남녀 3명씩을 가려내는 평가전은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올림픽에 나설 선수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처음부터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한 선수들의 아쉬움도 적었다.

'양궁 맏형' 오진혁의 소신발언 "AG 선발전 다시 하는 건 부당"
하지만 이번에는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선수들이 확정된 상태에서 대회 연기가 발표됐다.

선수들로서는 2년 전보다 훨씬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국제양궁장에서 만난 리커브 대표팀 선수들은 일단은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막내' 김제덕(경북일고)은 "(선발전을 다시 치르는 것에 대해) 당연히 좋아하는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년에 또 선발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김우진(청주시청)은 말을 아꼈다.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도 아직 입장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하지만 '맏형' 오진혁은 달랐다.

'양궁 맏형' 오진혁의 소신발언 "AG 선발전 다시 하는 건 부당"
오진혁은 "아시안게임이 미뤄지고 나서 선수들의 목표 의식이 좀 약해진 것은 맞다.

힘도 좀 빠져있다"고 대표팀 내의 허탈한 분위기를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선발전을 다시 치른다는 게 지금까지 고생한 선수들한테는 부당한 처사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불혹을 넘긴 오진혁은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낸 몇 안 되는 선수 중 하나다.

이들 대회에서 오진혁이 따낸 메달은 15개나 된다.

그의 이번 '소신 발언'은 자신보다는 후배들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우석(코오롱엑스텐보이즈)에게 오진혁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저렇게 말해 주시니까 우리 주장이죠"라며 고마워했다.

양궁협회는 아직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을 다시 치를지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주요 국제대회에 나갈 국가대표를 매년 새로 뽑는다는 '대원칙'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양궁협회 관계자는 "연기된 아시안게임의 새 일정이 확정되면 절차를 거쳐 국가대표 선발과 관련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