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소년 꿈 지켜주겠다"…손 내민 골프존
모든 것을 부숴버린 참혹한 전쟁도 ‘타이거 우즈보다 더 위대한 골프선수가 되고 싶다’는 우크라이나 소년의 꿈을 꺾지는 못했다. 미국에서 프로골퍼의 꿈을 키우고 있는 우크라이나 골프 주니어국가대표 미카일로 골로드(15·사진)에게 후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골프존은 12일(현지시간) 골로드에게 장학금으로 1만달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계열사인 미국 골프존레드베터아카데미가 숙식과 무료 강습을 제공한 데 이어 장학금까지 주기로 한 것이다. 골프존레드베터아카데미는 지난 3월 골로드가 미국에 들어온 직후부터 곁을 지키고 있다. 이와 별도로 미국주니어골프협회(AJGA)가 개설한 골로드 후원 계좌에는 3만3000달러가량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까지만 해도 골로드의 일상은 평범했다. 낮에는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의 한 골프장에서 훈련하고, 저녁에는 가족과 그날의 훈련 내용을 이야기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일곱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세계 주니어골프대회에서 여섯 차례나 우승한 유망주다. 지난해 두 차례 열린 미국 주니어대회에서 실질적인 강자들 가운데 3위와 6위를 차지한 그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3월부터 전쟁의 포화가 그의 고향을 덮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키이우에는 매일 수십 번씩 폭발음과 공습경보가 울렸다. 골로드가 훈련하던 골프장은 러시아군에 점령당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키이우의 상황과 함께 “참혹한 전쟁을 멈추게 해달라. 골퍼로서의 꿈을 꼭 이루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글은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 데이비드 레드베터를 움직였다. 레드베터는 자신이 속한 골프존레드베터아카데미를 통해 골로드의 우크라이나 탈출을 적극 도왔다. 레드베터가 설립한 이 회사는 2018년 8월 골프존 지주사인 골프존뉴딘홀딩스가 인수했다.

골로드는 어머니와 헝가리 국경을 넘었지만 아버지는 우크라이나에 남아야 했다. 전쟁동원령으로 출국이 금지됐기 때문이다. 골로드의 어머니는 런던을 거쳐 미국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아들을 두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갔다. 골로드의 부모는 안전한 피신처에서 지내고 있다고 골프존은 전했다.

미국에 홀로 남은 골로드를 챙긴 건 골프존레드베터아카데미였다. 그는 전액 장학생 자격으로 숙소와 함께 아카데미 주니어보딩 프로그램의 무료 교습을 받고 있다.

아카데미 관계자는 “골로드가 마음의 안정을 회복한 뒤 프로그램에 맞춰 하루 3~4시간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에 겪은 전쟁의 참상, 부모와의 기약 없는 이별로 인한 아픔을 꿈을 향한 열정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골로드는 “우크라이나 토너먼트에서는 매번 동일한 라이벌 4~5명과 경쟁했는데 미국에서는 세계 주니어 선수 80~90명과 경쟁하게 돼 골프선수로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