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피(골프경기 보조원 비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초만 해도 13만원을 받는 골프장이 대다수였는데, 이제는 15만원이 ‘정가’가 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캐디피를 18만원으로 책정한 골프장이 등장하면서 “조만간 20만원 벽이 뚫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골프인구 증가로 ‘캐디 공급 부족’ 현상이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올 7월부터 적용되는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탓에 신규 캐디 유입이 더딘 게 캐디피 상승을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캐디피 15만원↑ 골프장 100곳 육박

천정부지 캐디피…"이러다 20만원 뚫릴라"
13일 국내 최대 캐디 커뮤니티인 캐디세상에 따르면 캐디피가 15만원이거나 6월 1일까지 15만원으로 올리기로 한 골프장은 85곳으로 집계됐다. 인상을 검토하는 골프장도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장업계는 다음달부터 캐디피가 15만원인 골프장이 100곳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캐디피를 사실상 18만원으로 올린 골프장도 나왔다. 경기 광주의 A골프장이다. 고객이 15만원을 내고, 골프장이 3만원을 추가로 주는 방식이다. 골프장이 건네는 캐디피는 사실상 그린피에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골프업계의 설명이다. 경기 안성·광주 등에 있는 코스를 운영하는 한 골프장그룹은 3부(오후~저녁) 캐디피로 16만원을 책정했다. 하반기에 개장하는 경기 포천, 안성의 신규 골프장은 아예 캐디 구인공고를 올리면서 캐디피를 15만원으로 내걸었다.

지갑을 열어야 하는 골퍼들은 반발한다. 국내 한 골프커뮤니티에는 “14만원으로 인상된 지 얼마나 됐다고 또다시 올리느냐”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 1조880억원이던 골퍼들의 연간 캐디피 지출액은 2021년 1조5934억원으로 상승했다. 4년간 인상률이 46.5%에 달한다.

전국 캐디 3만2000명 “턱없이 부족”

골프업계는 캐디피 인상에 대해 “수요공급법칙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한다. 캐디가 골프장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골프장은 541개다. 여기에 필요한 캐디는 모두 5만여 명인데, 활동하는 캐디는 3만2000명에 불과하다고 연구소는 지적한다. 한 골프장 관계자는 “캐디피를 많이 주는 곳으로 이직하려는 캐디를 붙잡으려면 캐디피를 올려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디피 인상과 캐디 구인난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해 7월 캐디의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한 데 이어 오는 7월부턴 고용보험 가입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특수고용직인 캐디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100%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직장인에 비해 각종 소득공제 혜택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의 상당액을 세금 및 사회보장료로 내야 한다는 의미다. 안 그래도 근속연수가 3~4년에 불과할 정도로 감정 노동이 심한 캐디 지원자가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김은상 캐디세상 대표는 “상당수 골프장은 업무 외 시간에 디벗을 메우는 배토 작업과 당번 그리고 카트 청소 등에 캐디들을 투입한다”며 “캐디피 인상이라는 미봉책보단 근무 환경 개선 등 캐디들의 복지를 보장하는 쪽으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