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 같은 아이언샷, 인공지능(AI)을 장착한 듯한 완벽한 퍼트. 세계랭킹 1위 고진영(27·사진)이 돌아왔다. 29일(한국시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팔로스 버디스 챔피언십(총상금 150만달러) 1라운드에서 7언더파 64타를 치며 우승 사냥에 나섰다.

고진영의 4월은 잔인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였던 셰브런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53위를 기록했고, 2주 뒤 출전한 디오임플란트 LA오픈에서는 공동21위에 그쳤다.

특히 LA오픈 3, 4라운드는 악몽이었다. 3라운드에서는 진흙에 빠진 공을 그대로 쳤다가 ‘쿼드러플 보기’를 냈고 최종 라운드에서는 4퍼트를 치기도 했다. 16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3라운드 연속 언더파 등 대기록을 세우며 ‘골프머신’이란 얘기를 듣던 그를 두고 “알고 보니 인간이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자칫 침체기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고진영은 나쁜 기억을 금방 잊는 편이었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파71)에서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버디를 8개 뽑아내고 보기는 1개로 막았다.

특유의 정교함이 살아나면서 플레이에 힘이 실렸다. 고진영의 이날 페어웨이 적중률은 86%, 그린적중률은 77.8%에 달했다. 그린에서 퍼터는 25번만 잡았다. 이날 8언더파를 기록한 선두 이민지(호주)를 1타차로 맹추격하며 우승에 한발 다가섰다.

경기를 마친 뒤 고진영이 내놓은 첫마디는 “지금 이 순간”이었다. 그는 “경기 시작 전 지난주 대회는 생각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샷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즐겁게 경기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주 코스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우승은 생각하지 않고 즐겁게 골프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