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감독의 철학…데뷔 시즌부터 보호받으며 성장
"훗날 선수 활동에 큰 도움 될 것…구단과 감독님께 감사해"
100구 투구 통산 5번…관리받아 행복한 kt 소형준
프로야구 kt wiz의 우완 투수 소형준(21)은 신인 시절부터 철저한 관리를 받았다.

투수 관리와 부상 방지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명투수' 출신 이강철 kt 감독은 2020년 입단한 신인 투수 소형준을 중용하면서도 무리한 투구를 막았다.

소형준은 2020시즌 26경기에 등판해 13승 6패 평균자책점 3.86의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이 중 단 두 경기에서만 100구 이상의 공을 던졌다.

당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를 10번이나 기록한 소형준은 90개 이상의 공을 던지면 곧바로 교체됐다.

소형준은 지난해에도 '투구 수 관리'를 받았다.

24차례 선발 등판 경기에서 100구 이상을 던진 건 단 두 번뿐이다.

올해엔 14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102개의 공을 던져 유일하게 100구를 넘겼다.

소형준이 무리한 투구를 피할 수 있었던 건 kt 불펜진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kt는 최근 2년 동안 강한 불펜의 힘으로 좋은 성적을 냈고, 지난 시즌엔 불펜 전력을 앞세워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다.

소형준은 우수한 불펜 투수들 덕분에 무리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kt는 맹활약을 펼쳤던 불펜 투수들이 줄줄이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면서 뒷문이 무너졌다.

26일까지 kt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4.60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현재 kt는 선발 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과 투구 수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형준은 27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투구 내용은 좋았다.

7이닝 동안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았다.

7회를 마쳤을 때 찍힌 투구 수는 87개. 충분히 8회까지 던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강철 감독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소형준을 불렀다.

소형준은 "7회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니 이강철 감독님이 계속 투구할 것인지 의중을 물어보시더라"라며 "점수 차가 적은 상황이라 불펜에 맡기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구단 입장에선 잘 던지던 소형준이 좀 더 많은 이닝을 끌고 간다면 불펜을 아끼고 승리 가능성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소형준의 의견을 존중했다.

8회에만 주권, 하준호, 김재윤 등 3명의 불펜을 투입해 상대 타선을 막으며 3-1 신승을 거뒀다.

소형준은 힘든 상황에도 무리한 투구를 요구하지 않는 이강철 감독과 구단에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는 "그동안 관리를 받아 100구 이상 던진 경기가 적었는데, 이는 훗날 부상 방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라며 "구단과 감독님께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