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선수권대회 4관왕 최민정, 4년 만에 개인 통산 4번째 종합우승
코로나19 확산·부상·심석희 문제 등 각종 악재 딛고 결실

전이경·진선유 넘어선 최민정…세계선수권 도전사 새로 썼다
쇼트트랙 간판스타 최민정(성남시청)이 힘든 역경을 이겨내고 한국의 세계선수권대회 도전사를 새로 썼다.

최민정은 11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모리스 리처드 아레나에서 막을 내린 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부 1,500m, 1,000m, 3,000m 슈퍼 파이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휩쓸면서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1년에 한번 열리는 국제대회로, 올림픽 다음으로 큰 규모다.

2015년, 2016년, 2018년에 이어 4번째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최민정은 전이경(1995년, 1996년, 1997년)과 진선유(2005년, 2006년, 2007년)가 갖고 있던 한국 여자 선수 세계선수권대회 최다 종합 우승 기록을 갈아치웠다.

세계선수권대회 여자부 최다 종합우승 기록은 중국의 쇼트트랙 레전드 양양(6회·은퇴)이 가지고 있다.

최민정의 4회 종합우승은 여자부 역대 2위의 기록이다.

최민정은 어렸을 때부터 1등 자리를 놓치지 않은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2014년 ISU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 종목을 석권하며 우승했고, 2015년 처음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최민정은 말 그대로 거침이 없었다.

그는 201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다시 한번 종합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금메달을 싹쓸이했다.

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불운 속에 3연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직후에 열린 2018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4관왕에 오르면서 왕좌를 탈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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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수가 보이지 않던 최민정은 2019년부터 각종 악재에 시름 하며 무너져내렸다.

그는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무섭게 기량을 끌어올린 네덜란드의 쉬자너 스휠팅에게 종합 우승 타이틀을 내주고 준우승했고, 2020년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 출전과 훈련 환경에 지장을 받았다.

국내 빙상장이 방역 지침에 따라 모두 문을 닫으면서 최민정은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여파로 국가대표 선발전을 열지 못하면서 2021 세계선수권대회도 불참했다.

최민정은 당시 "상황에 맞춰 지상 훈련 등을 소화했지만, 경기력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몸의 리듬이 자주 끊어져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최민정은 지난해 중반 방역 수칙이 완화하면서 빙상장으로 돌아왔지만, 이번엔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대표팀 선배 심석희(서울시청)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사적 메시지를 통해 자신을 험담하고 욕설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심석희는 올림픽 당시 고의 충돌을 의심케 하는 메시지를 대표팀 코치와 주고받기도 했다.

악재는 끊이질 않았다.

최민정은 2021-202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시리즈에서 다른 선수들과 충돌하며 무릎관절, 슬개골, 십자인대 등을 다쳤다.

심신이 무너진 혹독한 시기였다.

최민정은 아픔을 딛고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1,500m에서 금메달, 여자 1,000m와 여자 3,000m 계주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국내로 돌아온 뒤 다시 숨 막히는 생활을 해야 했다.

징계를 마친 심석희가 대표팀에 합류해서다.

최민정은 진천선수촌 입촌을 앞두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 공문을 보내 심석희와 접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2022 세계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끌어낸 성과라서 더 의미 있다.

최민정은 여자 1,000m, 여자 1,500m, 여자 3,000m 슈퍼파이널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여자 3,000m 계주에선 막판 역전 역주로 금메달 획득을 끌어내면서 건재를 과시했다.

특히 계주 경기에선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경기력을 과시했다.

한국은 심석희가 이탈리아 선수와 부딪히면서 큰 차이로 뒤로 밀렸지만, 마지막 주자로 나선 최민정이 로켓 엔진을 단 듯 엄청난 속도로 따라붙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민정은 마지막 곡선 주로에서 아웃코스로 빠져나온 뒤 있는 힘껏 내달려 캐나다와 네덜란드를 제쳤다.

결승선 통과 후 캐나다 마지막 주자 킴 부탱이 머리를 감싸며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레이스였다.

이제 최민정은 올 시즌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한다.

그는 당분간 실전 경기보다는 훈련 위주로 내년 시즌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