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이후 주춤했던 노승열(31)이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했다. 노승열은 25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스의 PGA 내셔널 챔피언코스(파70·7125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혼다 클래식(총상금 800만달러) 첫날, 버디 4개와 보기 2개로 2언더파 68타를 쳤다. 6언더파 64타로 단독 선두에 오른 커트 기타야마(29·미국)와 4타 차이로, 세계 랭킹 15위 브룩스 켑카(32·미국) 등과 함께 공동 10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노승열은 한국 남자골프의 간판이었다. 만 13세에 최연소 골프 국가대표로 발탁돼 ‘골프신동’으로 불렸다. 이후 아시안투어에서 맹활약했다. 2008년 아시안투어 미디어차이나 클래식에서 프로 첫 승을 올렸고, 2010년 유러피언투어를 겸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해 PGA투어에 진출했다. 2014년 PGA투어 취리히 클래식에서 우승해 개인 통산 3승을 기록 중이다.

2020년 8월 1년8개월간의 군 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PGA투어 무대는 만만치 않았다. 상근예비역이어서 틈틈이 체력 훈련과 스윙 연습을 했지만 떨어진 경기 감각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았다. 통산 3승 보유자인데도 커트 통과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커트 탈락이 이어지면서 심리적 불안감도 커졌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노승열은 마음을 다잡았다. 연초에 글로벌 브랜드 스릭슨과 후원계약을 맺고 클럽과 공을 모두 바꿨다.

이날 초반 노승열의 샷은 다소 불안했다. 1번홀(파4)과 5번홀(파3)에서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8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전반이 끝나기 전에 안정을 찾았다. 후반 들어 노승열 특유의 정교한 샷이 나오기 시작했다. 10번홀(파4)에서 6.5m 버디 퍼트로 이븐파를 만들어낸 노승열은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난코스로 꼽히는 15번홀(파3), 16번홀(파4), 17번홀(파3)을 모두 파 세이브로 막아냈다.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이들 코스는 설계자인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별명(골든 베어)을 따 ‘곰 덫(베어 트랩)’으로 불린다. 곰 덫을 무사히 넘긴 노승열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60㎝ 옆에 올린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기분 좋게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노승열의 올 시즌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9개 대회에 출전해 버뮤다 챔피언십에서 기록한 공동 30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랜만에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며 2017년 5월 이후 첫 톱10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번 대회 전 파워랭킹 1위에 오르는 등 기대를 모았던 임성재(24)는 이날 타수를 크게 잃고 하위권으로 처졌다. 임성재는 2020년 이 코스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안았다. 하지만 이날은 버디 2개를 잡았지만 보기와 더블보기를 2개씩 기록해 4오버파로 공동 112위에 그쳤다.

강성훈(35)은 버디 5개와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 69타를 쳐 공동 28위, 이경훈(31)은 버디 5개와 보기 5개를 기록하며 이븐파 공동 45위로 1라운드를 마무리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