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프파이프 주름잡는 일본의 히라노 '2+1' 형제
9일 예선을 치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하프파이프 출전 선수 명단을 보면 이런 의문이 들 법하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아유무(24)와 가이슈(20), 두 명은 형제이지만, 루카(20)는 이들과 '남남'이기 때문이다.
아유무·가이슈 형제와 루카의 성은 한자까지 같다.
'평평할 평(平)'과 '들 야(野)' 자를 쓴다.
유럽과 북미의 스노보드 팬들은 물론 일본 팬들까지 종종 그들 모두가 형제인 것으로 착각하곤 한다.
이들을 함께 다룬 해외 기사에서 루카가 다른 둘과 형제 사이가 아니라는 점이 늘 언급되는 것도 그래서다.
너나 할 것 없이 실력도 출중하다.
올 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하프파이프 랭킹에서 아유무와 루카가 각각 1, 2위에, 가이슈가 7위에 올라있다.
아유무는 이미 올림픽에서 '톱 레벨'의 실력을 증명한 스노보드계의 '슈퍼스타'다.
열다섯 살이던 2013년 X게임 데뷔 무대에서 하프파이프 은메달을 거머쥐며 팬들을 놀라게 하더니 2014년 소치 대회와 2018년 평창 대회에서 연달아 은메달을 따냈다.
아유무는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미국)의 후계자로 언급되는 선수 중 단연 첫손에 꼽힌다.
가이슈는 아유무를 따라 스노보드를 시작했다고 한다.
2018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주목받은 가이슈는 FIS 월드컵 첫 시즌인 2020시즌을 9위로 마쳐 성인 무대에도 안착했다.
올해 X게임에서는 형제가 하프파이프 은메달과 동메달을 휩쓸었다.
아유무가 은메달을, 가이슈가 동메달을 차지했다.
루카는 일본에서 아유무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스노보더다.
'2인자' 이미지가 강하지만 과감하게 난도 높은 기술을 성공시켜 아유무보다 시상대 높은 곳에 서는 경우가 적잖다.
올 시즌 첫 월드컵 대회에서도 루카가 히라노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평창 대회 이후 가이슈와 루카의 기량이 급성장하면서 이들 '3명의 히라노'가 시상대를 점령하다시피 하는 국제대회가 많아졌다.
일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팀의 무라카미 다이스케 코치는 "셋 다 매우 열심히 훈련하고, 서로의 경쟁심을 자극하면서 기량 향상의 선순환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 선수들은 이들이 고난도 기술을 성공시키기 위한 팁을 공유하고, 서로 밀고 끌어주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한다.
루카는 최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아유무, 가이슈와 형제나 다름없이 지낸다.
우리는 가족이다"라면서 "하지만 슬로프에 나가면 셋 모두 서로를 견제하며 경쟁심을 불태운다"고 말했다.
셋 모두가 이날 열린 베이징 올림픽 예선을 통과했다.
아유무는 당당히 1위에 올랐고, 루카와 가이슈는 각각 3위와 9위를 했다.
여기에 6위를 한 도쓰카 유토까지 총 4명의 일본 선수가 예선 상위 12명이 경쟁하는 결승에 진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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