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돔, 득보다 실이 많다는 판단…올해 고흥·강진서 캠프
키움, 날씨 걱정없는 고척돔 마다하고 고흥 가는 까닭은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국내 유일의 돔구장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마다하고 남쪽 지방으로 향한다.

키움은 2월 2일 전남 고흥군으로 이동해 2월 3일부터 고흥거금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한다.

약 2주간의 1차 캠프 일정을 마친 뒤 2월 17일 2차 캠프지인 전남 강진으로 이동, 강진베이스볼파크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 스프링캠프를 차리고 시즌 개막을 준비한다.

각 구단은 조금이라도 따뜻한 남부지방에 캠프를 마련했지만, 2월 추위에 대한 걱정이 없을 수 없다.

한파가 닥치면 야외 훈련이 취소 또는 축소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커진다.

그런 측면에서 국내에 하나뿐인 돔구장을 홈으로 쓰는 키움은 '복 받은 구단'이다.

키움은 지난해 고척돔에서 날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훈련하며 타 구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다.

그런데 키움은 올해 날씨 걱정 없는 고척돔을 비우고 시설 측면에서도 고척돔보다 열악한 고흥·강진에서 스프링캠프를 한다.

이유가 뭘까.

고척돔에서 스프링캠프를 했을 때의 이점보다 단점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26일 연합뉴스 통화에서 "고척돔이 매력적인 장소이긴 하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큰 장점이 있다"며 "다만 선수들이 출퇴근하면서 이로 인해 피로도가 커지고, 계속 실내에서 훈련하다 보니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수들의 출퇴근 시간이 차량 정체 시간대와 맞물리면 이로 인해 허비하는 시간이 적잖았다.

장시간 운전은 허리 건강에 독이기에 구단 입장에선 달가울 리 없다.

키움, 날씨 걱정없는 고척돔 마다하고 고흥 가는 까닭은
홍 감독은 코로나19 감염 위험도 고려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수도권이 상대적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

고척돔에서 출퇴근하면 개인적인 시간이 많아지기 때문에 그런 위험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키움은 고척돔을 대신할 스프링캠프 장소를 찾기 위해 지난해 여름부터 여러 장소를 대안으로 물색했다.

그중에서 선택한 곳이 바로 고흥이다.

고흥거금야구장은 인조 잔디 구장 2개 면을 갖추고 있다.

그라운드 환경은 고척돔과 비슷하지만, 관중석과 스탠드가 없는 등 시설은 열악한 편이다.

하지만 한적한 지역이라 야구에 집중하기는 좋다.

홍 감독은 "고흥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따뜻한 날씨다.

나로호를 고흥에서 발사했는데, 그 이유가 고흥에 그 정도로 바람이 적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겨울에도 눈이 거의 안 온다"며 "조용하고 선수들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점도 인상에 깊었다"고 설명했다.

키움은 지난해 두 달 동안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진행했다.

돔구장에서 날씨 걱정 없이 훈련할 수 있었지만, 선수들은 이후 실외 경기에 낯설어하며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우려는 현실이 됐다.

키움은 4월을 10승 14패, 9위로 마쳤다.

월간 성적에서 승패 마진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달은 4월이 유일했다.

키움은 4월의 부진에 두고두고 발목이 잡히며 2년 연속 정규시즌 5위를 기록했고, 또한 2년 연속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시즌을 마감했다.

아쉬운 지난 시즌 성적이 고척돔 캠프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는 결과다.

홍 감독은 "장소와 환경 탓을 하는 것은 프로 선수에게 핑계밖에 안 된다"면서도 올해 고흥·강진 캠프가 지난해와는 다른 결과를 가져오길 기대했다.

그는 "선발진은 다른 팀과 충분히 붙어볼 만하다.

관건은 필승조다.

조상우가 빠진 필승조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 이번 캠프의 과제"라며 "또한 주전 1루수를 누구로 정할지 등 내야 포지션 정리도 이번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전했다.

키움, 날씨 걱정없는 고척돔 마다하고 고흥 가는 까닭은
일거수 일투족이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이는 '야생마' 푸이그는 2월 3일 입국해 같은 달 14일부터 캠프에 합류한다.

푸이그는 2022년 KBO리그에서 뛸 외국인 선수 중 가장 주목받는 선수다.

쿠바 출신인 푸이그는 2013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데뷔했고, 2019년까지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 통산 861경기에 출전, 타율 0.277, 132홈런, 415타점을 올렸다.

다만 키움은 선발 자원인 한현희가 개인 훈련 중 발목을 다쳐 4∼6주 진단을 받는 등 스프링캠프를 시작하기도 전에 부상 악재를 만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