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회 '왕따 주행' 논란에 마음고생…스케이트로 극복
"할 수 있는 게 스케이트뿐…엄마 응원도 힘 됐죠"
아픔은 이제 그만!…김보름 "세 번째 올림픽은 즐기고 싶어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장거리 간판 김보름(29·강원도청)이 세 번째 동계 올림픽을 준비한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매스스타트 은메달리스트인 김보름은 2021-20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월드컵 랭킹 8위에 오른 그는 9위 박지우(강원도청)와 함께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수 대회가 연기, 또는 취소된 탓에 김보름은 이번 월드컵 시리즈에서 1년 8개월 만에 국제 대회를 치렀다.

못 본 사이 경쟁자들은 더 강해졌고, 올림픽 전까지 보완해야 할 숙제도 늘었다.

김보름은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카페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출전하는 월드컵이라 테스트를 한다는 생각으로 나갔다.

나의 부족한 점이 뭔지 느끼는 대회였다"며 "매스스타트가 원래 체력과 스피드가 필요한 종목인데, 경기에 나가보니 기준선이 더 높아졌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의 지난 시즌 경기 영상들을 찾아봤었다.

영상으로도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같이 경기를 해보니 확실히 다들 성장한 게 느껴졌다.

전반적으로 평균 속도가 올라갔기 때문에 체력을 보강하는 게 우선 과제다"라고 설명했다.

아픔은 이제 그만!…김보름 "세 번째 올림픽은 즐기고 싶어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훈련 제약 등 어수선한 환경 속에 이전의 기량을 되찾기는 사실 쉽지 않다.

김보름은 "4년 전과 비교해 여러 부분에서 기량이 떨어져 있는 것 같기는 하다"면서도 "다 나 스스로가 부족한 탓이다.

정말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며 훈련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지만, 김보름에겐 아픈 기억이 있는 대회다.

4년 전 평창올림픽 여자 팀 추월에 출전했던 김보름은 함께 달린 노선영을 일부러 따돌리는 '왕따 주행'을 했다는 오해를 샀고, 경기 뒤 인터뷰에서 태도 논란에까지 휩싸였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팀 추월에 나선 김보름과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긴급 기자회견에서 인터뷰 논란에 대해 사과한 김보름은 이후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메달을 획득한 뒤 눈물을 흘리며 관중석을 향해 큰절을 했고,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다"며 거듭 사죄했다.

같은 해 문화체육관광부가 특정감사를 통해 팀 추월 경기에서 의도적인 '왕따'가 없었다는 결론을 냈지만, 김보름에겐 이미 수많은 화살이 꽂힌 뒤였다.

아픔은 이제 그만!…김보름 "세 번째 올림픽은 즐기고 싶어요"
큰 상처를 받은 그는 한동안 스케이트를 신지 못했고, 어머니와 함께 병원에 입원해 심리치료를 받을 정도로 마음고생을 했다.

하지만 김보름은 다시 스케이트 끈을 동여매고 빙판에 섰다.

사건이 있고 나서 "스케이트를 다시 신지 못할 것 같았다"는 김보름은 "그래도 내가 할 줄 아는 것, 그나마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이 스케이트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 두 번, 다시 타면서 부딪쳐봤다.

나 혼자만의 싸움을 한 거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싸움의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싸우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이제 스케이트를 진짜 좋아하게 됐다.

예전에는 운동하다 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는데,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시간도 생기다 보니 문득 '스케이트가 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덧붙였다.

상처를 딛고 일어난 데는 어머니의 응원도 큰 몫을 했다고 한다.

어머니 이야기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힘들 때 엄마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한 명이라도 너를 응원하면 달려야 한다.

엄마가 응원해주겠다'고 하셨다"며 "그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아픔은 이제 그만!…김보름 "세 번째 올림픽은 즐기고 싶어요"
가장 든든한 지원군의 응원을 업고 다음 달 베이징 빙판 위를 달릴 김보름은 "이번엔 밝게 스케이트를 타보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벌써 세 번째 올림픽인데, 첫 번째, 두 번째 올림픽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는 그는 "이번에는 올림픽이라는 축제를 몸으로 느끼고 재미있게 즐겨보고 싶다.

물론 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있지만, 메달보다 경기를 마치고 나왔을 때 후련한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