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500m서 출발 실수…"베이징서 완벽한 레이스 하고파"
4년 전 실수 털어낸 빙속 김준호 "기죽지 않고 덤빌 거예요"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 출전한 김준호(27·강원도청)는 힘차게 빙판을 내딛다 '아차' 싶었다.

스케이트 날이 얼음에 꽂혀 스타트를 제대로 끊지 못했다.

최단 거리 종목인 500m에서 실수는 치명적이다.

초반 휘청인 김준호는 이내 중심을 잡고 스퍼트를 올렸으나 목표였던 메달권에서는 멀어진 12위를 기록했다.

생애 첫 올림픽이던 2014년 소치 대회에서 21위를 차지한 그는 4년을 갈고 닦아 나선 두 번째 올림픽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성격이 워낙 긍정적이라 슬럼프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김준호도 "2018년이 제일 힘들었다"고 기억했다.

하지만 그날의 실수를 딛고 일어선 김준호는 4년간 더욱 단단해졌다.

김준호는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평창 대회 때 훈련이 부족했다는 걸 많이 느꼈다.

완벽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가 나왔던 거다"라며 "다음 올림픽을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후 시즌에 임했고, 월드컵에서도 메달을 따기 시작했다.

열심히 하니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에 힘을 받아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4년 전 실수 털어낸 빙속 김준호 "기죽지 않고 덤빌 거예요"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신은 그는 타고 난 천재는 아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과일 가게를 운영하느라 바빴던 부모님은 어린 김준호를 세 살 터울의 누나와 같은 초등학교에 보내려 했는데, 해당 학교는 추첨을 통해 입학생을 뽑았다.

그러나 추첨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남은 방법은 골프 또는 스피드스케이팅 특기자로 입학하는 것이었다.

부모님의 추천에 따라 김준호는 스피드스케이팅과 연을 맺었다.

취미처럼 타던 스케이트에 본격적으로 몰두한 건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다.

실력 향상을 위해 어머니와 함께 피나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김준호는 "초등학교 5∼6학년 때 실력이 안 늘어서 어머니와 새벽에 서울 태릉스케이트장에 와서 연습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춘천에서 출발, 태릉에 오면 5시 30분쯤 된다.

7시∼7시 30분까지 훈련을 하고 다시 춘천으로 가 나는 등교를 했고, 어머니는 가게로 출근을 하셨다.

2년 정도를 그렇게 했다.

밥도 다 차에서 먹었다"고 회상했다.

어린 나이에는 마냥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결국 밑거름이 됐다.

김준호는 강원체고에 다니던 2013년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 500m에서 동메달을 따면서 단거리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고, 성인 무대를 밟은 뒤에도 기량은 점점 증가했다.

두 차례 올림픽을 경험한 뒤 2018-2019시즌부터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과 4대륙 선수권대회 등에서 메달도 여러 차례 목에 걸었다.

이번 시즌 월드컵 시리즈에선 메달을 따지 못했으나 500m 개인 기록을 연달아 경신하며 세계 랭킹 8위로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4년 전 실수 털어낸 빙속 김준호 "기죽지 않고 덤빌 거예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김준호는 "이전에는 34초대가 500m 메달권이었는데, 이제 외국 선수들이 33초대를 탄다.

그 벽을 넘는 게 과제"라고 설명했다.

올림픽에선 로랑 뒤브레이유(캐나다)와 가오팅유(중국), 신하마 다쓰야(일본) 등과 경쟁해야 한다.

평창 대회에서 김준호와 같은 조에 묶여 경기를 치렀던 뒤브레이유는 이번 시즌 월드컵 1∼4차에서 모두 메달을 획득하며 랭킹 1위를 기록했다.

쟁쟁한 상대들이지만 김준호는 제대로 붙어보고 싶다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기가 안 죽는다.

이기고 싶으니까 강한 선수들을 만나도 덤빌 것 같다"며 "준비가 안 돼 있다면 주눅이 들겠지만, 나는 잘 버텨왔다"고 했다.

힘에서 서양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평창 대회 이후 4㎏을 증량했고, 4년 전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훈련이 끝날 때마다 '마무리 공부'로 스타팅 연습도 해왔다고 한다.

어느덧 세 번째 올림픽에 나서는 김준호는 "이번 월드컵에서 개인 기록을 세웠어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는데, 올림픽에서 한 번에 몰아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그러면서 "2014년에도, 2018년에도 완벽한 레이스를 못 했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베이징에서는 정말 완벽한 레이스를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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