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조력자 역할…베이징에선 메달 도전
[베이징 기대주] 페이스 메이커에서 간판선수로…빙속 정재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가 열린 2018년 2월 24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덴마크의 빅토르 할트 토르프와 스위스의 리비오 벵거는 레이스 초반 갑자기 속력을 높여 다른 선수들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격차가 벌어지면 두 선수가 그대로 금, 은메달을 획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동북고에 재학 중이던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막내 정재원(의정부시청)이 2위 그룹에서 치고 나갔다.

정재원은 2위 그룹의 바람막이 역할을 자처했고, 1, 2위 그룹의 격차는 더 벌어지지 않았다.

레이스 초반 힘을 쏟아낸 정재원은 체력이 떨어지면서 메달권에서 멀어졌지만, 힘을 비축한 이승훈(IHQ)이 레이스 막판 스퍼트를 펼치며 짜릿한 역전 우승을 했다.

이승훈은 결승선을 가장 먼저 끊고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 정재원의 손을 번쩍 들어줬다.

한국은 정재원의 희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대회가 끝난 뒤 페이스메이커 역할에 관한 의견이 분분했다.

지나친 성적 지상주의로 어린 선수를 희생양 삼았다는 지적이었다.

정재원은 "내겐 상처가 아닌 경험으로 남았던 순간"이라며 주변의 비판을 반박했지만, 뜨거운 여론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매스스타트 페이스메이커, 여자 팀 추월 왕따 주행 등 각종 논란을 빚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관리단체에 지정되기도 했다.

[베이징 기대주] 페이스 메이커에서 간판선수로…빙속 정재원
어수선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그러나 정재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꾸준히 훈련에 집중하며 한국 매스스타트의 간판으로 성장했다.

정재원은 2019-2020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1차 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에서 각각 2위 자리에 올랐고, 월드컵 6차 대회 파이널에선 극적인 명승부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2021시즌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엔 각종 국제대회에서 활약을 이어가며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전망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 3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4위, 월드컵 4차 대회에선 6위의 성적을 냈다.

변수가 많은 매스스타트 종목에서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재원은 올 시즌 세계랭킹 4위 자리에 올라 이승훈(5위)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출전권을 무난하게 획득했다.

[베이징 기대주] 페이스 메이커에서 간판선수로…빙속 정재원
정재원은 베이징올림픽 매스스타트 메달 후보다.

평창에선 조력자로 나섰지만, 베이징에선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펼칠 예정이다.

정재원이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선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정재원은 국제대회에서 세계 최고의 기량을 증명한 선수"라며 "다만 최근 매스스타트는 메달 후보로 꼽히지 않은 선수들이 변칙 플레이를 하는 경향이 짙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재원은 바르트 스빙스(1위·벨기에), 안드레아 지오바니(3위·이탈리아), 조이 만티아(8위·미국) 등 기존의 강자들만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다각도의 경기 흐름을 파악하고 빠른 판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