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 한국기원 제공
오유진 / 한국기원 제공
오유진 9단(23)이 '천적' 최정 9단(25)을 두 번 연속 결승에서 꺾었다.

오유진은 14일 저녁 서울 한국기원 바둑 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5기 한국제지 여자기성전 결승 3번기 제2국에서 최정에게 213수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오유진은 종합전적 2-0으로 우승하며 데뷔 후 처음으로 여자 기성전을 제패했다. 우승상금은 3000만원. 오유진은 "한국제지 여자 기성전에서 꼭 우승하고 싶었다"며 "(특히) 굉장히 강한 선수에게 결승전에서 이겨 더 기쁘다"고 말했다.

오유진은 97개월 연속 한국 여자바둑랭킹 1위를 달리던 최정에게 가려진 '2인자'였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하림배 프로여자국수전 결승에서 최정을 꺾고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우승자에게 걸려 있던 '특별 승단' 혜택에 힘입어 여자 프로기사로는 다섯 번째 입신(入神·9단의 별칭)에 등극했다. 상승세를 이어가 두 번 연속 최정을 결승에서 무너뜨렸다.

오유진은 아직 상대 전적에서 6승 26패로 크게 뒤져 있지만 올해 상대 전적에선 4승 3패로 앞선다. 오유진은 "예전에는 선택할 때 좀 더 안전한 수를 많이 뒀는데 요즘에는 더 적극적인 수를 두게 된 것 같다"며 "저 스스로 정체기라 판단했고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반면 여자 기성 4연패에 도전하던 최정은 연승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는 지난 4일 끝난 제4회 오청원배 세계여자바둑선수권대회에서 중국랭킹 1위 위즈잉 7단을 물리치고 세계 챔피언에 올랐으나 최근 두번의 국내 기전에선 모두 오유진에게 패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