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하위 서울 9월부터 맡아 잔류 지휘…"7위는 '최소한'…더 높은 자리 있어야"
"기성용과 동기들이 팀 중추 역할…신경 쓰지 못한 박주영에게는 미안해"
위기의 서울 구한 안익수 "내년은 어디까지 갈지, 기대해보시죠"
"90일 동안 빼놓지 않고 (오전) 8시 반에 출근해 (오후) 10시 반에 퇴근했습니다.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
안익수(56) 감독의 2021년 9∼12월은 숨 가쁘게 흘렀다.

9월 초 프로축구 K리그1 최하위로 처지며 박진섭(44) 감독과 결별한 FC서울의 지휘봉을 잡아 1부 생존을 위해 온 힘을 쏟았다.

선문대에서 '안식년'과 같은 시기를 보냈다고 표현할 정도로 자신의 축구를 만들어가는 데 몰입하고 다져가던 중 피 말리는 승부의 세계에 갑작스럽게 다시 뛰어들게 된 것이다.

5승 4무 1패. 안 감독 체제의 서울은 달라진 모습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 전에 워낙 부진했던 터라 파이널 B를 피할 수는 없었지만, 그 중에선 가장 높은 7위로 시즌을 마쳤다.

특히 마지막 4경기에선 3승 1무의 호성적을 기록, 안 감독은 8일 'K리그 11월의 감독'에 선정되기도 했다.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안 감독은 "부임 이후 FC서울의 자존심, 자긍심을 어떻게 회복해야 하느냐를 가장 많이 생각했다"고 시즌을 돌아봤다.

반전의 시간을 되짚으며 안 감독이 특히 부각한 건 주장이자 중원 사령관인 기성용(32)의 역할이다.

서울에 오겠다고 결심하게 된 요인의 하나로 기성용의 존재를 꼽을 정도였다.

위기의 서울 구한 안익수 "내년은 어디까지 갈지, 기대해보시죠"
안 감독은 "기성용은 한국 축구와 서울뿐만 아니라 세계 축구도 대변할 수 있는 레전드다.

움직이는 그라운드의 사령관"이라고 극찬했다.

특히 기성용과 동년배인 고요한과 오스마르가 함께하면서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게 안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3개월간 해온 모습을 보면 이들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면서 "세 선수가 중추적인 역할을 해주고 후배들이 잘 따라서 지도자는 별로 할 일이 없었다"고 귀띔했다.

젊은 선수들에 대해선 "다 좋았다.

지금보다 더 도약할 수 있는 잠재성을 지니고 있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격려했다.

안 감독은 포항과의 시즌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여러분을 원망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이런 잠재력이 있으면서 왜 발산하지 않고 서울을 그 자리에 머물게 했느냐"는 뜻이었다.

그 '잠재력'이 처음부터 완전히 발휘됐다면 서울이 어느 위치에 있어야 했느냐고 묻자 안 감독은 "위치는 모르겠지만, 팬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축구를 하지 않았겠나"라고 답했다.

위기의 서울 구한 안익수 "내년은 어디까지 갈지, 기대해보시죠"
이어 안 감독은 "올해 7위라는 성적은 '최소한의 납득치'라고 본다.

그걸로 자긍심이 회복되는 건 아니다"라며 "내년엔 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사회 전반에 소중한 건강한 메시지를 주는 구단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3개월을 복기하며 그가 '반성'한다는 부분도 있었다.

베테랑 공격수 박주영(36)을 언급하면서다.

기성용, 고요한 등과 더불어 서울의 상징적인 선수인 박주영은 안 감독 체제에서는 중용되지 못했다.

안 감독은 "위기 상황을 벗어나려 너무 급하게 달려오느라 (박주영을)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자책한다.

이 자리를 빌려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저 자신에 대해 반성도 한다"면서 "어디를 가든 주영이다운 모습으로,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행보를 보일 거로 믿는다"고 말했다.

정신없이 3개월을 달려오고 이후에도 각종 일정을 소화하느라 새로운 시즌에 대한 고민은 이제 막 시작했다.

이번 비시즌은 유독 짧다.

2022 카타르 월드컵 등의 영향으로 내년 시즌은 역대 가장 이른 2월 19일 개막한다.

위기의 서울 구한 안익수 "내년은 어디까지 갈지, 기대해보시죠"
안 감독은 전력 보강과 관련해선 "바쁜 일정을 보내느라 아직 고민하는 상황이다.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계 훈련에 대해서도 "늦게 부임하면서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매니저가 지방에서 고군분투 뛰고 계신다.

올라와 봐야 정해질 것 같다"면서 "적은 옵션 중 최상의 컨디션으로 훈련할 곳을 찾겠다"고 밝혔다.

서울 선수들은 올해 말까지는 휴가를 보내며 개인 운동을 소화하고, 새해에 소집해 본격적인 담금질에 돌입할 예정이다.

내년 성적에 대한 기대를 묻자 안 감독은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기대해보시죠,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라며 미소 지었다.

안 감독은 "상암에서 우리만의 축제를 하는 건 안 된다"며 경기장 밖으로도 울림을 줄 수 있는 '혁신적인 축구'를 역설했다.

'혁신적인 축구'를 구체화해 달라고 하자 '역동성과 열정, 그리고 스토리'를 키워드로 제시했다.

안 감독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을 때 잠시도 옆에 계신 분과 대화를 나눌 수 없도록 그 시간을 빼앗는 축구로 서울의 다음 경기를 기대하게 하는 게 현재의 목표"라며 더 나은 2022년을 기약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