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전북과 최종전까지 우승 다퉜지만 정상 탈환엔 실패

K리그 준우승만 10번째…'가을 트라우마'에 또 운 울산
16년의 기다림. 그러나 이번에도 울산 현대의 숙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현대가 또 우승 한풀이에 실패했다.

울산은 5일 막을 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에서 전북 현대에 이은 2위를 차지하고 올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자력으로는 불가능했어도 역전 우승 희망은 살아 있었지만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K리그 통산 최다 준우승팀 울산은 이제 두 자릿수 준우승(10회)이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까지 더했다.

울산은 K리그에서 늘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호다.

그러나 리그 우승과는 인연이 별로 없었다.

1996년과 2005년, 딱 두 차례 정상에 올랐을 뿐이다.

정규리그 우승 횟수 순위로는 7위다.

2012년과 지난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아시아 최강 클럽으로 우뚝 서기도 했으나 K리그에서는 2005년 이후 16년째 정상을 되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울산이 못한 것도 아니다.

울산은 올해까지 10차례(1988·1991·1998·2002·2003·2011·2013·2019·2020·2021년)나 K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울산으로서는 더욱 속이 상하는 대목이다.

K리그에서 울산에 이어 두 번째로 준우승을 많이 차지한 팀은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다.

이들은 전신을 포함해 5회씩 2위에 올랐다.

울산의 딱 절반이다.

더구나 울산은 최근 3년 연속 정상을 눈앞에 두고 2위로 미끄러져 아쉬움이 더 짙다.

2019시즌에는 1위를 지키다 비기기만 해도 됐을 최종전에서 포항에 1-4로 대패하는 바람에 승점은 같으나 다득점에서 1골이 앞선 전북에 역전 우승을 허용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리그가 27라운드로 축소 운영된 지난해는 전북에 승점 3이 뒤져 준우승에 그쳤다.

최종전 직전 라운드 전북과 맞대결에서 패하고 1위 자리를 빼앗긴 것이 결정적이었다.

K리그 준우승만 10번째…'가을 트라우마'에 또 운 울산
지난해 리그 우승 실패 뒤 ACL 정상에 오르며 자신감을 회복한 울산은 올 시즌을 앞두고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홍명보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겨 정상 탈환에 재도전했다.

울산은 지난해 12월까지 ACL을 치르느라 가장 늦게 시즌을 마쳤고 올해 2월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 참가하느라 가장 먼저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 중에는 주축 선수들의 대거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 등으로 몇 차례 위기도 있었다.

그런데도 5월 19일 전북과 맞대결에서 2년 만의 승리(4-2 승)로 선두를 되찾은 뒤 줄곧 1위를 달렸고, ACL과 대한축구협회컵(FA컵)에서도 4강까지 올라 시즌 '트레블'(3개 대회 우승) 꿈까지 키웠다.

하지만 10월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휴식기 이후 이어진 강행군에서 울산의 꿈은 쪼그라들었다
ACL 4강에서 포항 스틸러스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고, FA컵 준결승에서는 2부 리그 전남 드래곤즈에 1-2로 일격을 당했다.

이제 도전할 수 있는 타이틀은 K리그 우승만 남게 됐으나 10월 24일 성남FC에 1-2로 패하면서 전북에 리그 선두자리마저 내줬다.

'가을 트라우마'는 그렇게 다시 울산의 발목을 잡았다.

이후 최종전까지 힘겹게 우승 경쟁을 끌고 왔으나 결국 순위는 뒤바뀌지 않았다.

울산은 무관(無冠)으로 2021년을 보내게 됐다.

K리그 준우승만 10번째…'가을 트라우마'에 또 운 울산
울산은 지난 3년간 K리그 우승을 위해 공격적인 투자로 국가대표급 진용을 꾸렸다.

2019년에는 골키퍼 김승규(가시와 레이솔)를 비롯해 중앙수비수 윤영선(수원FC)과 데이브 불투이스(네덜란드), 미드필더 김보경(전북)과 신진호(포항), 공격수 주민규(제주) 등을 영입했다.

지난해에는 골키퍼 조현우, 중앙수 수비수 정승현(김천)과 김기희, 왼쪽 풀백 홍철, 공격수 비욘 존슨(노르웨이)과 정훈성(제주), 미드필더 원두재와 윤빛가람, 고명진에 유럽 생활을 접고 K리그로 돌아온 이청용마저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골잡이 주니오가 팀을 떠났지만 올해도 독일 분데스리가 경험이 있는 오스트리아 국가대표 루카스 힌터제어(하노버)를 비롯해 김지현, 측면 공격수 자원 이동준, 조지아 국가대표 미드필더 바코, 베테랑 미드필더 신형민 등을 영입했다.

여름에는 몽펠리에(프랑스)와 계약이 끝난 공격수 윤일록과도 계약하며 우승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3년 연속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도 우승 트로피는 울산의 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물론, 울산은 전북과 양강 체제를 구축하며 리그 흥행에 한몫 단단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해도 울산은 전북의 대항마에 만족해야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