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장우진-임종훈, 첫 세계선수권서 은메달 성과
마룽·쉬신 불출전 '중국 세대교체'…한국, 절호의 단식 메달 기회 못 살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값진 사상 첫 남자복식 은메달. 그러나 나머지는 전멸이었다.

한국 탁구는 2021 세계선수권대회 파이널스에서도 '밝은 미래'와 '어두운 현실'을 모두 봤다.

30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장우진(국군체육부대)-임종훈(KGC인삼공사) 조가 스웨덴의 크리스티안 카를손-마티아스 팔크 조에 1-3으로 져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탁구가 남자복식에서 은메달 이상의 성적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직 20대 중반인 장우진(26)과 임종훈(24)이 처음으로 짝을 맞춰 나선 세계선수권 복식에서 이룬 성과여서 더 값지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장우진-임종훈 조는 2017년 결성해 2018년 코리아오픈, 같은 해 월드 쿠어 파이널스 등 국제대회에서 2차례 우승하는 등 좋은 성과를 내왔지만, 세계선수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한국의 '에이스 복식조'는 이상수(삼성생명)-정영식(미래에셋대우) 조였다.

그러나 2020 도쿄올림픽에서 노메달에 그치면서 '새로운 미래'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결국 정영식이 태극마크를 잠시 반납, 이번 아시아선수권과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하지 않았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시험하게 된 이번 대회에서 장우진-임종훈 조가 대활약해 한국 탁구의 미래를 밝혔다.

이들보다 어린 안재현(22)-조대성(19·이상 삼성생명) 조도 첫 세계선수권에서 선전했다.

16강에서 카를손-팔크 조에 2-3으로 분패했다.

특히 임종훈은 남자단식 32강에서 자신보다 세계 랭킹이 65계단 높은 6위 린윈루를 4-3으로 잡아내는 등 이전보다 확실히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선보였다.

안재형 전 대표팀 감독은 "날카로운 백핸드와 어지간해서는 흔들리지 않는 대범한 마음가짐 등 임종훈의 장점이 빛난 대회였다"면서 "때로는 '쫀쫀하게' 상대를 압박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런 점만 보강한다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꾸준하게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하지만, 한국 탁구의 세계선수권 메달 수는 두 대회 연속 1개에 그쳤다.

특히 남자단식에서 단 하나의 메달도 따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쉬운 결과다.

이번 대회에는 지난 10년간 남자탁구 '절대자'로 군림한 중국의 마룽(2위)과 쉬신(3위·이상 단식 랭킹)이 '후배들에게 길을 터 주겠다'는 이유로 출전하지 않았다.

중국이 본격 세대교체에 들어가 다른 나라 선수들이 메달을 가져갈 절호의 기회였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하지만 한국은 남자단식에 나선 5명의 선수 중 임종훈만 16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 4명의 선수가 1~2회전(128강~64강)에서 대거 탈락했다.

한국 탁구의 약해져 가는 '단식 경쟁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결과다.

여자 대표팀에서는 서효원(한국마사회)이 생애 처음으로 세계선수권 단식 8강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서효원은 이번이 마지막 메이저 국제대회일 가능성이 큰 서른네 살 노장이다.

탁구인들은 신유빈(17·대한항공)이나 전지희(29·포스코에너지)가 좋은 성적을 내기를 내심 바랐을 터다.

은메달 하나, 나머지는 전멸…휴스턴서 드러난 한국탁구의 명암
그러나 신유빈은 손목 부상으로 대회 3일 차에 기권했고, 전지희는 32강에서 베르나데트 쇠츠(루마니아)에게 덜미를 잡혔다.

안 전 감독은 "사상 첫 은메달의 성과를 냈지만, 남녀 대표팀 성적 전반을 놓고 보면 부진했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비중국' 선수들에게 찬스였던 이번 대회 남자단식에서 부진한 점이 뼈아프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