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
김재희
이달 초까지만 해도 내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후원계약 시장은 조용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올 시즌 정규투어의 ‘빅4’로 꼽히는 박민지(23)와 장하나(29), 박현경(21), 임희정(21) 등 톱랭커들이 아직 후원사와 계약기간이 남아 있어 시장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원 시장은 예상외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대어들의 빈자리를 중상위권 선수들이 채우면서다. 시중 유동성이 골프 후원 시장에 풀리면서 선수 몸값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김재희·허다빈 ‘3억원↑’ 잭팟 기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떠오른 ‘빅네임’은 올해 상금 순위 47위(1억6871만원)인 김재희(20)다. 지난해 드림 투어(2부) 상금왕 출신으로 올해 데뷔한 김재희는 정규투어 잔류에는 성공했지만 기대했던 우승 등의 성과를 내진 못했다.

그런데도 내년에 김재희의 모자 앞자리를 차지하려면 3억원 이상 베팅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인센티브를 제외한 액수다. 업계에서 3억원은 이른바 ‘A급 선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금액이다. 지난해 30위권 밖 선수들의 평균 계약금은 대부분 연 1억~2억원 선이었다. 모 기업 회장이 “얼마를 쓰더라도 김재희를 영입하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김재희 선수가 우승은 못 했지만 개성 있는 캐릭터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예인 못잖은 화려한 외모에다 대어급 선수들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 김재희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허다빈
허다빈
내년이면 정규 투어 데뷔 6년차인 허다빈(23)도 기업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허다빈 역시 아직까지 ‘무관’에 그치고 있지만 꾸준히 TV에 얼굴이 비치는 선수다. 올해만 해도 상금 3억54만원을 모아 상금 순위 26위를 기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허다빈과 그를 원하는 기업들이 연간 3억원 안팎의 계약금을 두고 줄다리기하고 있다”며 “허다빈은 기존 메인 후원사인 삼일제약 등 여러 기업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수지
김수지
지난 시즌을 끝으로 후원사와 계약이 만료된 선수 중 가장 성적이 좋은 상금랭킹 5위 유해란(20)은 현재 후원사인 SK네트웍스와 재계약이 유력하다. 지난달 동부건설 챔피언십에서 5년7개월 만에 우승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이정민(29)도 한화큐셀 잔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안나린
안나린
올해 2승을 달성해 상금 7위에 오른 김수지(2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에 도전장을 낸 안나린(25)은 계약서에 4억원 이상 적어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안나린은 LPGA투어 진출이 ‘대박’ 계약의 주춧돌이 되거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내수시장 위주의 후원사는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 미국에 진출하면 ‘글로벌 기업’으로 후원사를 물색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여자 골프 인기 매년 高高

업계 관계자들은 치솟는 선수들의 몸값에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이 기회’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국내 여자골프의 인기가 갈수록 급상승해서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고 평균 시청률은 한국여자오픈의 0.825%였다. 곧 1%를 돌파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순간 최고 시청률은 2.453%에 달했다. SBS골프 관계자는 “대회마다 다르지만 평균 3~4일 동안 매일 5시간씩 방영되는 중계방송의 평균 시청률임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체감하는 홍보 효과는 보이는 숫자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여자 골프의 인기에 힘입어 신생 구단 창단 움직임도 분주하다. 2022시즌을 앞두고 대보건설과 안강건설 등이 구단 창단 방침을 확정했다. 이 밖에 여러 중견기업이 골프단 창단 카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