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참은 한 맺힌 우승…kt 박경수, 호수비·전력질주로 만점쇼
kt wiz 베테랑 2루수 박경수(37)가 비호처럼 몸을 날렸다.

1회초 무사 1, 2루에서 호세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우익수 앞으로 빠지면 초반 분위기는 두산 베어스 쪽으로 넘어갈 찰나였다.

당겨치는 좌타자 페르난데스를 막고자 평소 수비위치보다 뒤로 물러섰던 박경수는 강하게 날아오는 타구의 바운드를 정확히 맞춰 몸을 날렸다.

글러브에 타구가 빨려 들어오자 냉큼 일어나 2루로 공을 던져 1루 주자를 잡고, 페르난데스마저 1루에서 낚는 병살로 연결됐다.

15일 kt의 6-1 승리로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승리의 일등 공신은 박경수였다.

프로 19년 차로 작년에야 처음으로 가을 야구 무대를 밟아 최고령 데뷔 기록을 썼다.

그의 야구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우승 축배를 든 건 성남고 1학년 때인 2000년 청룡기 고교대회로 무려 21년 전이다.

왕조 시대를 누린 팀에 한 번도 몸을 담지 못한 박경수는 우승의 한(恨)이 쌓일 대로 쌓였다.

21년 참은 한 맺힌 우승…kt 박경수, 호수비·전력질주로 만점쇼
"올해엔 꼭 우승의 감격을 누리고 싶다"던 박경수는 결의를 몸으로 보여줬다.

호수비라는 말로는 부족한 명품 수비로 박경수는 두산 쪽으로 쏠릴 뻔한 경기 흐름을 다시 kt 쪽으로 돌려놨다.

내야의 대장 박경수의 움직임에 kt 내야진의 수비 집중력도 더욱 빛났다.

kt 선발 소형준이 두산에 정규리그에서 2승, 평균자책점 1.00으로 강했지만, 이날은 2회와 3회 거푸 1사 후 볼넷을 내주며 위기를 자초했다.

그때마다 병살타가 나와 소형준을 구해냈다.

2회에는 1루수∼유격수∼투수, 3회에는 3루수∼2루수∼1루수로 연결되는 아름다운 병살 수비가 두산에 찬물을 끼얹었다.

21년 참은 한 맺힌 우승…kt 박경수, 호수비·전력질주로 만점쇼
두산은 7회초 1사 1루에서도 병살로 찬스를 날리는 등 4차례 병살타로 역대 한국시리즈 한 팀의 최다 병살타 타이기록을 내고 무너졌다.

박경수는 1-0으로 앞선 5회에 대거 5점을 뽑는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로 포문을 연 뒤 심우준의 1루수 앞 번트 안타 때 2루에 안착했다.

이어 조용호의 우전 안타 때 3루 주루 코치의 제지에도 홈을 파 2-0으로 달아나는 귀중한 득점을 했다.

kt는 흔들리던 두산 선발 최원준에게서 밀어내기 몸 맞는 공과 볼넷으로 2점을 거저 얻은 뒤 만루에서 터진 장성우의 우중간 2타점 2루타에 힘입어 6-0으로 격차를 벌려 승리를 예고했다.

호수비 하나, 바가지 안타 1개에 승패가 갈리는 단기전에서 공수 모두 강렬한 인상을 남긴 2차전 데일리 최우수선수(MVP)는 당연하게도 박경수의 몫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