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kt 첫 PS 승리·올해 10월 31일 1위 결정전 승리에 KS 1차전 선발승까지
'kt 빅게임 피처' 쿠에바스 "아버지가 주신 알 수 없는 힘"(종합)
프로야구 막내 구단 kt wiz의 '가을 역사'를 집필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할 선수는 윌리엄 쿠에바스(31)다.

kt가 역사적인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승리를 거둔 날에도 쿠에바스가 반짝반짝 빛났다.

쿠에바스는 14일 서울시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KS 1차전에 선발 등판해 7⅔이닝을 7피안타 1실점 8탈삼진으로 막고 선발승을 챙겼다.

kt는 쿠에바스의 호투 덕에 4-2로 승리했다.

쿠에바스는 경기 최우수선수(MVP)에도 뽑혀 상금 100만원과 리쥬란 코스메틱 100만원 상당의 협찬품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12일 kt에 구단 첫 포스트시즌(PS) 첫 승리를 선물한 쿠에바스는 올해 10월 31일 팀의 창단 첫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역투를 펼쳤다.

KS 1차전 승리투수도 쿠에바스의 몫이었다.

쿠에바스는 KS 1차전이 끝난 뒤 "긴 여정이었다.

나뿐 아니라 모든 kt 선수가 모두 제 역할을 해서 1차전을 잡았다"며 "KS에서 3승을 더 추가해 우리를 응원한 팬들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kt 빅게임 피처' 쿠에바스 "아버지가 주신 알 수 없는 힘"(종합)
쿠에바스는 3회 1사 2루, 4회 2사 2, 3루 위기를 무사히 넘기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실점 위기를 모두 피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쿠에바스는 무너지지 않았다.

쿠에바스는 1-0으로 앞선 5회 1사 후 강승호에게 중월 3루타를 맞은 뒤, 김재호에게 중견수 쪽 희생 플라이를 내줘 1-1 동점을 허용했다.

6회초에는 박건우에게 몸에 맞는 공을 던져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김재환과 양석환을 연속 삼진 처리하며 상대 기를 꺾었고, 7회에는 삼자 범퇴로 기세를 이어갔다.

투구하지 않을 때는 동료 의식도 발휘했다.

쿠에바스는 6회 박건우에게 사구를 던진 뒤, 홈플레이트 앞으로 걸어와 미안함을 표했다.

쿠에바스는 "경기 중에는 여러 상황이 발생한다"며 "경기에 집중하면서도, 순수하게 즐기고 싶다.

인플레이 상황이 아니라면 상대 팀 선수와 농담을 주고받거나, 오늘처럼 상대 타자의 몸 상태를 살피는 건, 내가 경기를 순수하게 즐기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kt 빅게임 피처' 쿠에바스 "아버지가 주신 알 수 없는 힘"(종합)
4-1로 앞선 8회 1사 후 호세 페르난데스에게 중전 안타를 내준 쿠에바스는 박건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공을 조현우에게 넘겼다.

쿠에바스는 "더 던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이 감독은 교체를 지시했다.

정확히 공 100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넘긴 쿠에바스를 향해 kt 동료와 팬들은 고마움을 가득 담아 박수를 보냈다.

쿠에바스는 "8회를 내가 끝내고 싶었지만, 교체도 팀을 위한 결정이다.

교체 상황에서 동료들이 '네 할 일은 충분히 했다'고 말해줘 기뻤다"고 떠올리며 "더그아웃에서 (이강철) 감독님께 하이파이브를 요청했는데, 감독님은 경기 중이라고 거절하시더라"고 유쾌하게 웃었다.

'kt 빅게임 피처' 쿠에바스 "아버지가 주신 알 수 없는 힘"(종합)
쿠에바스는 '빅게임 피처'다.

kt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도 쿠에바스가 수확했다.

쿠에바스는 지난해 11월 12일 PO 3차전 선발로 등판해 두산을 상대로 8이닝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해 선발승을 챙겼다.

2020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한 kt는 PO 1, 2차전에서 모두 패해 코너에 몰렸다.

당시 PO는 5전 3승제였다.

1차전에 구원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1사구 2실점 했던 쿠에바스는 이틀을 쉬고서 3차전에 선발 등판해 두산 타선을 제압했다.

kt는 PO 3차전에서 5-2로 승리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거뒀다.

kt는 지난해 PO 4차전에서 두산에 0-2로 패해 첫 KS 진출의 꿈은 이루지 못했다.

1년 미룬 kt의 KS 진출을 확정한 것도 쿠에바스였다.

kt는 정규시즌에서 76승 9무 59패로 삼성 라이온즈와 동률을 이뤘고, 지난달 3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을 치렀다.

이강철 감독은 10월 2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공 108개를 던진 쿠에바스를 1위 결정전 선발로 내보냈다.

경기 전 이강철 kt 감독은 "쿠에바스가 2∼3이닝 정도만 확실하게 막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쿠에바스의 이 감독의 기대를 뛰어넘는 투구를 했다.

쿠에바스가 7이닝 1피안타 무실점 8탈삼진의 역투를 펼친 덕에 kt는 삼성을 1-0으로 꺾고,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며 KS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13일을 쉬고서 KS 1차전에 선발 등판한 쿠에바스는 또 한 번 kt 역사에 길이 남을 역투를 펼쳤다.

'kt 빅게임 피처' 쿠에바스 "아버지가 주신 알 수 없는 힘"(종합)
쿠에바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안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8월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세상을 떠났다.

삶의 멘토이자 든든한 기둥이었던 아버지의 별세에 쿠에바스는 큰 충격을 받았고, 체중이 5㎏이나 빠지는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부친상을 치른 뒤, 다시 힘을 냈고 에이스 자리로 돌아왔다.

홈구장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 추모 공간을 만들고, 직접 위로도 전한 kt 구단과 동료들에게 진한 애정도 느꼈다.

쿠에바스는 "아버지께서 오늘도 나를 도와주신 것 같다.

아버지가 떠난 뒤에 내가 생각한 것보다 좋은 결과가 나온다.

아버지가 알 수 없는 에너지를 주시기 때문일 것"이라며 "아버지는 내가 KS에 등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다.

직접 보시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힘을 내게 주신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내게 벌어진 가장 큰 사건 두 개가 아버지를 떠나보낸 일과 팀의 KS 진출"이라고 했다.

kt 동료들은 아버지를 잃은 쿠에바스를 진심으로 위로했다.

쿠에바스는 마운드 위에서 밝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화답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