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SK쉴더스 · SK텔레콤 챔피언십 2021'(총상금 10억 원) 1라운드 경기가 12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컨트리클럽(파72·6815야드)에서 열렸다. 대회에 출전한 김하늘이 1번 홀에서 티샷을 준비하고 있다.춘천=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올 상반기만 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박민지 천하’였다. 이전까지 매년 1승씩 기록하던 박민지(23)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를 시작으로 우승컵을 싹쓸이하며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민지는 박성현(28) 이후 최고의 다승 행진을 이어가며 일찌감치 상금왕과 다승왕을 확정지었다.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으로 시즌 6승을 달성하자 ‘박민지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하지만 하반기에 들면서 박민지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꾸준히 우승 경쟁에 나섰지만 커트 탈락이나 중하위권 성적도 나왔다. 한국 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15억원을 넘겼지만 기대보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유다.그 사이 꾸준한 경기력으로 조용히 치고 올라온 선수가 임희정(21)이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던 그는 지난 8월 하이원오픈에서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수는 1승에 그치지만 꾸준함으로는 올 시즌 최고로 꼽혔다. 준우승 세 번을 포함해 15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박민지와 임희정이 올 시즌 대상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12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다. 현재 680점을 획득해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민지는 618점의 임희정에게 62점 차로 바짝 쫓기고 있다.KLPGA투어 개인상 부문 중 대상은 대회별 순위에 따라 부여하는 포인트 합산으로 정한다. 톱10 이내에 들면 순위에 따라 정해진 포인트를 받는다. 박민지는 14번, 임희정은 15번 톱10에 들었다. 우승 횟수에선 박민지가 압도하지만, 톱10 성적에서 임희정이 앞서며 마지막까지 대상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70점의 대상 포인트를 받는다. 임희정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박민지가 10위 밖으로 밀려나면 대상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박민지는 톱10을 지키면 대상을 차지한다.박민지는 다승왕답게 뒷심이 무서운 선수다. 경기 초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더라도 막판에 몰아치는 저력이 있다. 11일 대회 개막에 앞서 열린 포토콜에서 그는 “올 시즌 정말 좋은 일이 많았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회인 만큼 최선을 다해 좋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확보한 다승왕, 상금왕에 대상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내비친 셈이다.임희정도 대상을 놓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졌다. 꾸준함이 그의 장점이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선두그룹을 유지한다. 최근 6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며 샷감이 한껏 물오른 상태다. 임희정은 “올 하반기를 잘해온 만큼 마지막 마무리도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이어 “선수라면 대상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우승해야 대상을 받는 것이니 박민지 선수가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마무리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만큼 끝까지 희망을 안고 하겠다”고 말했다.‘슈퍼루키’들의 신인왕 경쟁도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으로 ‘메이저 퀸’이 된 송가은(21)이 2055점으로 신인왕 포인트 1위이지만 2021점을 획득한 홍정민(19)이 34점 차로 추격 중이어서 역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골프 선수에게 1부 투어 시드권은 수입과 자존심 등 모든 것이 달려 있는 생명줄이다. 30개 가까운 대회에 출전해 상금을 벌 기회가 주어지고 스폰서 계약금 단위도 달라진다. 2부 투어도 대회 수는 적지 않지만 상금 단위가 다르다. 올해 드림투어 상금랭킹 1위의 연간 수입이 1억원을 채 넘지 못한다. 지난 9월 생애 첫 정규투어 우승을 한 김수지(25)는 “지난해 시드순위권(시드전)을 거치며 1부 투어에서 탈락할 뻔한 경험을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윙, 골프에 대한 생각, 대회에 임하는 자세 등 모든 것을 바꿨다”고 말했을 정도다.오는 12일부터 사흘간 강원 춘천 라비에벨CC에서 내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시드권을 두고 생존 게임이 펼쳐진다. KLPGA 투어 올 시즌 마지막 대회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이다. 대회 결과에 따라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지 못한 선수들은 시드전이 열리는 전남 무안으로 향해야 한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내년에도 1부 투어에서 뛸 수 있다.이번 대회에는 현재 상금 순위 70위까지만 초청됐다. 사실상의 ‘왕중왕전’인 셈이다. 박민지(23)가 올해 상금왕과 다승왕을 일찌감치 확정한 상황에서 진짜 치열한 승부는 하위권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이 대회의 결과를 반영해 상금랭킹 60위 안에 들어야 시드전을 거치지 않고 다음 시즌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61~70위 선수들은 한 타 한 타에 다음 시즌 시드권이 걸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지난 7일 엘리시안 제주CC에서 막을 내린 에쓰오일 챔피언십 결과 박수빈(23)이 최종전 참가 티켓을 턱걸이로 따냈다. 이 대회 전까지 상금랭킹 79위였던 박수빈은 공동 6위를 차지해 상금 2275만원을 획득했다. 그 결과 누적 상금 9878만7000원으로 지난주 79위에서 9계단 상승한 70위가 됐다. 김효문(23)과 박결(25), 유효주(24) 등도 상금랭킹 70위 이내에 들어 최종전에 출전한다.일단 이번 대회 출전권을 확보한 이상 다음 시즌 시드권은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다. 하위권 선수들의 상금이 워낙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이번 대회 성적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를 뒤집을 여지가 있다. 현재 상금랭킹 기준 시드권 커트라인에 있는 안송이(31)의 상금은 1억2248만원, 61위 김효문이 1억1198만원으로 둘의 차이는 1000만원가량이다. 55위인 김지수는 1억2921만원으로 김효문과 2000만원도 차이 나지 않는다. 최하위인 70위 박수빈이 이번 대회에서 8위 안에 들면 60위권 진입도 노릴 수 있다. 박결은 7위 이내 들어야 안정권이다.수십만원 차이로 생존과 탈락이 결정되는 ‘살얼음판 승부’에서 선수들은 대회 최종일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2015 시즌이 끝난 뒤 최은우(26)와 김다나(32)는 불과 13만원 차이로 울고 웃었다. 당시 최은우는 7946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60위, 김다나는 7933만원을 벌어 상금랭킹 61위를 기록했다. 최은우는 다음 정규투어에 ‘무혈입성’했다. 김다나는 혹독한 시드순위전을 거쳐 이듬해 가까스로 1부 투어에 복귀했다.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