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왼쪽)와 임희정이 11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올드코스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포토콜에서 우승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제공
박민지(왼쪽)와 임희정이 11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올드코스에서 열린 KLPGA투어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포토콜에서 우승 트로피를 사이에 두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 조직위원회 제공
올 상반기만 해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박민지 천하’였다. 이전까지 매년 1승씩 기록하던 박민지(23)가 지난 4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를 시작으로 우승컵을 싹쓸이하며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박민지는 박성현(28) 이후 최고의 다승 행진을 이어가며 일찌감치 상금왕과 다승왕을 확정지었다.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으로 시즌 6승을 달성하자 ‘박민지의 해’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하반기에 들면서 박민지의 기세는 한풀 꺾였다. 꾸준히 우승 경쟁에 나섰지만 커트 탈락이나 중하위권 성적도 나왔다. 한국 여자골프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15억원을 넘겼지만 기대보다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이유다.

그 사이 꾸준한 경기력으로 조용히 치고 올라온 선수가 임희정(21)이다.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던 그는 지난 8월 하이원오픈에서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수는 1승에 그치지만 꾸준함으로는 올 시즌 최고로 꼽혔다. 준우승 세 번을 포함해 15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박민지와 임희정이 올 시즌 대상을 놓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인다. 12일 강원 춘천 라비에벨 올드코스(파72)에서 열리는 시즌 최종전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총상금 10억원)에서다. 현재 680점을 획득해 1위를 달리고 있는 박민지는 618점의 임희정에게 62점 차로 바짝 쫓기고 있다.

KLPGA투어 개인상 부문 중 대상은 대회별 순위에 따라 부여하는 포인트 합산으로 정한다. 톱10 이내에 들면 순위에 따라 정해진 포인트를 받는다. 박민지는 14번, 임희정은 15번 톱10에 들었다. 우승 횟수에선 박민지가 압도하지만, 톱10 성적에서 임희정이 앞서며 마지막까지 대상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70점의 대상 포인트를 받는다. 임희정이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박민지가 10위 밖으로 밀려나면 대상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박민지는 톱10을 지키면 대상을 차지한다.

박민지는 다승왕답게 뒷심이 무서운 선수다. 경기 초반 다소 부진한 성적을 내더라도 막판에 몰아치는 저력이 있다. 11일 대회 개막에 앞서 열린 포토콜에서 그는 “올 시즌 정말 좋은 일이 많았다. 시즌을 마무리하는 대회인 만큼 최선을 다해 좋게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미 확보한 다승왕, 상금왕에 대상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내비친 셈이다.

임희정도 대상을 놓칠 수 없다는 의지를 다졌다. 꾸준함이 그의 장점이다.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잃지 않고 선두그룹을 유지한다. 최근 6개 대회에서 모두 톱10에 들며 샷감이 한껏 물오른 상태다. 임희정은 “올 하반기를 잘해온 만큼 마지막 마무리도 잘하고 싶다”고 각오를 되새겼다. 이어 “선수라면 대상을 받고 싶은 게 당연하지만, 우승해야 대상을 받는 것이니 박민지 선수가 유리할 것 같다. 다만 마무리를 잘하면 좋은 결과가 따라오는 만큼 끝까지 희망을 안고 하겠다”고 말했다.

‘슈퍼루키’들의 신인왕 경쟁도 이번 대회의 관전 포인트다. 지난 9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으로 ‘메이저 퀸’이 된 송가은(21)이 2055점으로 신인왕 포인트 1위이지만 2021점을 획득한 홍정민(19)이 34점 차로 추격 중이어서 역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