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박세리 / 바즈인터내셔널 제공
'골프 전설' 박세리(44)가 '세리, 인생은 리치하게'라는 책을 출간했다. 은퇴 후 '부자 언니'라는 뜻의 '리치 언니'로 불리며 제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시작한 그는 선수시절 필드 안팎에서 느꼈던 점, 인생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책에 적었다. 박세리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선수 시절의 박세리는 마음이 '리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다시 돌아간다면 스스로 조금 더 여유를 줬을 것 같다"고 했다.

박세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메이저 5승을 포함해 25승을 달성한 전설이다. 25승은 여전히 한국 선수의 LPGA투어 최다승 기록이다. 2016년 은퇴한 뒤 올림픽 국가대표팀 감독, 방송인으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현역 시절 상금으로만 1258만달러(약 148억원)를 벌었다.

박세리는 책에서 선수시절 자신과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박지은(42)에게 느낀 점도 털어놨다. 2012년 박지은이 자신보다 먼저 은퇴했을 땐 "섭섭하면서도 솔직히 부러웠다"고 했다.

"박지은 선수가 갑자기 은퇴했잖아요. 누구도 예상 못한 시기에서. 제게 한 마디 귀띔도 없이 그만둔다고 하자 서운했던 게 사실이죠. 항상 곁에 있을 줄 알았던 박지은 프로가 떠나고 나서 '우리의 이 시간이 유한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주변인들에게 '있을 때 더 잘해줘야한다'는 것도 그 때 알았죠. 제2의 인생을 찾아 은퇴한 박지은 프로가 부럽기도 했고요. 애기 엄마들이라서 바쁘지만 이제는 가끔 만나 밥도 먹고 옛 이야기도 하죠."

박세리는 박지은이 은퇴한 뒤 4년을 더 뛰고 필드를 떠났다. 박세리는 "삶의 밸런스를 찾았다면 훨씬 더 좋은 기록을 내며 오래 선수생활을 했었을 것 같다"며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그런 점이 오히려 슬럼프를 불러왔다"고 털어놨다.

이 때문인지 박세리는 은퇴 후 후배들에게 틈만나면 "골프와 인생을 즐겨라"고 조언한다. 눈 앞의 성적에 연연하다보면 '소탐대실'한다는 것을 배운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었다. 박세리는 "이번 2020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메달을 따지 못해 죄송하다'는 그런 말도 안되는 사과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좋았다"고 했다.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비록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무언가를 배웠고 선수들이 좌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했던 것 같아요.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 같아요."

박세리는 후배들에게 자신이 겪었던 어려움을 되물림하지 않도록 다양한 육성 시스템을 연구 중이다. '박세리 재단'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바즈인터내셔널'을 통해 전문적인 시스템을 갖춘 아카데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박세리는 "이번 책은 거창한 '자서전'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리치'의 진짜 의미를 후배들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며 "앞으로 선수들이 걱정 없이 운동을 즐기며 할 수 있는 '토털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