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 엔트리에 김재환보다 선배는 김재호 단 한 명뿐
김재환에게 이번 가을은…'두산 왕조의 경험'을 전수하는 시간
2012년 롯데 자이언츠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엔트리에 포함된 두산 베어스 야수 중 김재환(33)보다 어린 선수는 허경민(31) 단 한 명뿐이었다.

지난해 준PO에서 LG 트윈스와 싸울 때까지만 해도 김재환 곁에는 선배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최주환(SSG 랜더스), 오재원, 김재호(이상 두산)가 있었다.

그러나 2021년 LG와 준PO를 치르는 두산에서 김재환보다 나이가 많은 타자는 김재호(36)가 유일하다.

자리가 바뀌니, 김재환의 몸동작도 달라진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승리해 준PO 진출을 확정한 뒤 "나도 김재환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김재환은 1일 1차전 2-4로 뒤진 8회말에 동점 투런홈런을 친 뒤, 두산 더그아웃을 바라보며 오른 검지를 내밀더니, 손뼉을 쳤다.

김재환에게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세리머니였다.

김태형 감독은 김재환이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는 걸 떠올리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건지"라고 웃은 뒤 "김재환이 후반기부터 주장을 맡았다.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다.

선수들을 다독이며 잘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실제 김재환은 의도적으로 화려한 세리머니를 했다.

그는 "우리 팀이 꾸준히 포스트시즌에 출전하고, 6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0년)에 진출했지만 지금 더그아웃에는 큰 경기를 경험하지 않은 선수가 많다"며 "힘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누상에서도 김재환은 평소와 달랐다.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 6회말 1사 1, 3루, 1루 주자 양석환이 2루로 뛰고 송구가 2루로 향하자 김재환은 홈으로 내달려 '이중도루'를 완성했다.

김재환의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첫 도루다.

김태형 감독은 "상대가 김재환이라면 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테니까"라며 허를 찌른 작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재환에게 이번 가을은…'두산 왕조의 경험'을 전수하는 시간
올해 2월 스프링캠프 기간에 만난 김재환은 "아직 오재일, 최주환 선배가 팀을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민병헌, 양의지 선배가 떠났을 때도 그랬다"고 선배들의 빈 자리를 아쉬워했다.

김재환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좋아했던 팀 선배와 이별했다.

2018년 민병헌(롯데), 2019년 양의지(NC 다이노스)가 두산을 떠나 다른 구단과 FA 계약을 했다.

지난겨울에는 오재일과 최주환이 팀을 떠났다.

선배들은 떠나고, 후배들은 늘어난 상황에서 김재환도 '든든한 형님'이 되기로 했다.

그는 형들에게 들었던 조언을 떠올려, 후배들에게 전하고 있다.

김재환은 "포스트시즌을 시작하며 후배들에게 '후회 없이 즐기자'라고 말했다.

과거에 형들이 내게 해준 말이다"라고 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면 FA가 되는 김재환에게도, 올해 가을이 '왕조의 경험'을 전수할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일단 김재환은 "후배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내가 매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와일드카드 1, 2차전에서 김재환은 7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5득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두산이 준PO에 진출하면서 김재환이 후배들에게 경험을 전수할 시간이 더 늘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