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출신 김현수와 LG 출신 양석환이 펼칠 잠실 준PO 드라마
김현수(33)가 프로야구 LG 트윈스에 입단한 2018년, 양석환(30)은 당시 개인 최다인 22홈런을 쳤다.

김현수와 함께 웨이트트레이닝하고, 타격에 관한 조언을 얻은 양석환은 자주 "현수 형에게 많이 배운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2021년 양석환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28개)을 세웠다.

공교롭게도 김현수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양석환은 크게 도약했다.

두산 출신 김현수(LG)와 LG 출신 양석환(두산)이 4일부터 잠실에서 벌어지는 준플레이오프(준PO) 무대에서 만난다.

지난해에도 LG와 두산은 준PO에서 만났지만, 당시에 김현수와 양석환은 LG 더그아웃에 함께 있었다.

올해 김현수는 LG, 양석환은 두산 유니폼을 입고 뛴다.

양석환 표현에 따르면 '점술가도 점치지 못했을 일'이다.

올해 3월 25일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양석환은 팀의 중심 타자이자 주전 1루수로 자리매김했다.

2018년 LG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영입한 김현수는 올해도 LG 클럽하우스 리더 역할을 했다.

정규시즌 때 김현수가 양석환이 지키는 1루에 나가면, 둘이 밝은 표정으로 대화하는 장면이 여러 번 포착됐다.

준PO에서는 조금 더 긴장감 넘치는 상황에서 둘이 만난다.

LG에서 4시즌을 치렀지만, 김현수를 그리워하는 두산 팬들은 여전히 많다.

김현수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동안 두산에서 뛰었다.

2015년에는 개인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6년과 2017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뛴 김현수는 두산이 아닌 LG와 FA 계약을 하며 KBO리그로 돌아왔다.

이후 김현수는 LG 유망주들의 멘토가 됐다.

양석환도 김현수를 잘 따랐다.

두산 출신 김현수와 LG 출신 양석환이 펼칠 잠실 준PO 드라마
3년의 동행은 올해 3월 양석환이 두산으로 이적하면서 끝났다.

이제 양석환은 LG가 두려운 타자가 됐다.

양석환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타율 0.273, 28홈런, 96타점을 올렸다.

프로야구 공식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KBO리그에서 트레이드 첫해에 양석환보다 많은 홈런을 친 타자는 2009년 LG에서 KIA로 옮긴 김상현(36홈런), 1999년 삼성 라이온즈에서 해태 타이거즈로 이적한 양준혁(32홈런), 2001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마해영(30홈런) 등 3명뿐이다.

가을 무대에서도 양석환은 '트레이드 첫해 기록'을 작성했다.

양석환은 두산이 준PO 진출을 확정한 2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 2차전에서 결승타 포함 5타수 3안타 4타점으로 활약했다.

스포츠투아이는 "양석환은 트레이드 첫해에 포스트시즌 한 경기에서 4타점 이상을 올린 역대 네 번째 타자"라며 "1992년 PO 2차전의 해태 박노준, 2004년 한국시리즈(KS) 2차전에서 현대 유니콘스 송지만, 2009년 KS의 KIA 김상현이 4타점씩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양석환의 올해 정규시즌 LG전 성적은 54타수 14안타(타율 0.259), 1홈런, 8타점으로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LG와의 정규시즌 마지막 맞대결이 펼쳐진 10월 24일 더블헤더 2차전에서 2-3으로 끌려가던 9회말 2사 후 대타로 등장해 LG 마무리 고우석을 공략해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다.

두산 출신 김현수와 LG 출신 양석환이 펼칠 잠실 준PO 드라마
김현수는 올해 정규시즌 두산전에서 55타수 19안타(타율 0.345), 3홈런, 10타점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두산과의 준PO에서는 8타수 2안타(타율 0.250), 1홈런, 2타점을 올렸다.

LG는 2019년과 2020년 준PO에서 키움과 두산에 패하며 가을 무대에서 퇴장했다.

김현수와의 계약이 종료되는 올해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생애 처음으로 가을무래 주역이 된 양석환에게도 LG는 꼭 넘어서야 할 상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