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ACL 2연패·트레블 분수령…포항은 12년 만의 결승행 도전
ACL 결승 길목서 만난 울산-포항…20일 전주서 '동해안 더비'
프로축구 전통의 라이벌 울산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을 놓고 '외나무다리 결투'를 벌인다.

울산과 포항은 20일 오후 7시부터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21 ACL 동아시아 권역 4강전에서 격돌한다.

2016년 전북 현대와 FC서울 이후 5년 만에 K리그 팀의 ACL 4강 대결인데, '동해안 더비' 맞수의 빅 매치가 성사됐다.

울산은 17일 8강전에서 전북 현대를 연장 승부 끝에 3-2로 따돌리고 2년 연속 4강에 진입, 아시아 강호로 존재감을 더욱 확실히 하며 ACL 2연패를 향해 진격했다.

포항은 같은 날 나고야 그램퍼스(일본)를 3-0으로 완파, 우승을 차지한 2009년 이후 12년 만에 ACL 4강에 올라 내친김에 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올해 K리그1에서는 울산이 선두(승점 64)를 달리며 16년 만의 국내 프로축구 왕좌 탈환 꿈을 부풀리고 있고, 포항은 7위(승점 42)에 자리해 파이널 그룹A 진입이 다급한 상황이나 두 팀의 대결에서 객관적 전력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역대 K리그 동해안 더비에서 포항이 62승 51무 57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고, 최근 '동해안 더비' 역사엔 결정적인 순간에 포항이 울산의 발목을 잡는 장면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다.

포항은 2019년 K리그1 최종전에서 선두였던 울산을 4-1로 격파해 우승을 저지했고, 2013시즌엔 최종전 맞대결에서 울산을 1-0으로 꺾어 역전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올해 리그에선 울산이 2승 1무로 확실히 우세했다.

3월 13일 1-1로 비긴 뒤 울산이 5월 22일 윤빛가람의 결승 골을 앞세워 울산이 1-0으로 이겼고, 최근 대결인 9월 21일엔 오세훈, 바코 페널티킥 득점으로 2-1 승리를 거뒀다.

울산으로선 이런 가운데 벌어지는 ACL 맞대결이 어두운 과거를 털어낼 절호의 기회다.

ACL 결승 길목서 만난 울산-포항…20일 전주서 '동해안 더비'
8강전 이후 사흘 만에 다시 경기를 치러야 하는 만큼 관건은 선수들의 회복이다.

포항이 울산보다 5시간 먼저 경기를 치른데다 3-0 완승으로 90분만 뛰어 체력에서는 유리한 상황이다.

조별리그에서 1무 1패를 당했던 나고야에 완벽하게 설욕하며 선수단 분위기도 크게 고무됐다.

공격진의 핵심인 임상협, 이승모가 8강전 동반 득점에 기세가 올랐고, 신예 골키퍼 이준이 나고야전 무실점으로 자신감을 끌어 올려 강현무의 부상 공백도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

울산은 포항-나고야전이 끝난 뒤 저녁 시간에 겨울 같은 추위 속에 전북 현대와 연장전까지 치르면서 체력 소모가 훨씬 더 컸다.

하지만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한 두터운 스쿼드는 3개 대회를 동시에 치르는 울산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이청용, 이동경이 8강전 후반 교체로 나섰을 정도로 화려한 진용의 힘이 이럴 때 필요하다.

ACL 결승 길목서 만난 울산-포항…20일 전주서 '동해안 더비'
8강전 선제골을 비롯해 물오른 기량을 뽐내는 '조지아 특급' 바코와 연장 결승포를 터뜨린 '영건' 이동경 등이 날 선 발끝을 정조준하고 있다.

리그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대한축구협회(FA)컵도 27일 4강전을 앞두고 있어서 '트레블(시즌 3관왕)' 달성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울산의 승리욕을 끌어 올린다.

이번 경기가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요인은 운명의 '동해안 더비'가 동해안을 떠나 벌어진다는 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중립 지역 단판 승부가 계획된 8강전과 4강전 장소가 동아시아 권역의 경우 7월 이미 전주로 확정되어 있었다.

개최지 결정 당시 K리그1 4개 팀이 모두 16강에 올라 있던 점을 고려해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국내 개최를 신청했고, 국내 경기장 중 전주가 낙점된 바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운영에 홈 구단인 전북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는데, 안방에서 열리는 8강, 4강전 모두 전북이 뛰기를 희망했던 전북으로선 남의 잔치를 준비해야 하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