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훈의 골프 확대경] 포어 캐디가 헬멧형 안전모를 쓴 이유
15일 한국프로골프(KLPGA)투어 동부건설·한국토지신탁 챔피언십이 열리는 전북 익산시 익산 컨트리클럽 코스 곳곳에는 색다른 복장의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이들은 건설 공사 현장 근로자가 쓰는 헬멧형 안전모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선수가 친 볼이 페어웨이를 크게 벗어났을 때 볼이 떨어진 위치를 파악해 알려주는 '포어 캐디'(fore caddie)들이다.

'포어 캐디'는 프로 골프 대회를 치르려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요원이다.

이들 덕분에 선수는 페어웨이를 벗어난 볼을 금세 찾아내 신속하게 다음 플레이를 이어갈 수 있다.

또 OB나 페널티 구역에 볼이 떨어졌을 때 선수가 적절한 후속 조치를 할 수 있게 돕는다.

대회마다 10∼25명까지 '포어 캐디'를 배치한다.

러프가 깊거나 도그레그 코스가 많으면 '포어 캐디'가 더 많이 배치된다.

KLPGA투어에서는 한화 클래식 때 가장 많은 '포어 캐디'를 배치한다.

대회가 열리는 제이드 팰리스 골프클럽은 유난히 러프가 길고 페어웨이가 좁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에 배치된 '포어 캐디'는 14명이다.

이들에게 헬멧형 안전모를 씌운 것은 지난 9일 하이트 진로 챔피언십 3라운드 때 '포어 캐디'가 볼에 맞는 사고가 일어나서다.

당시 10번 홀(파5)에서 박주영(31)이 티샷한 볼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 쪽으로 날아가 '포어 캐디' 어깨에 맞았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박주영은 200m 거리를 달려가 볼을 맞은 '포어 캐디'의 상태를 살폈다.

불의의 사고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KLPGA투어는 곧바로 '포어 캐디'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포어 캐디' 안전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포어 캐디'에게는 헬멧형 안전모를 쓰고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투어 예산으로 구매하려던 헬멧형 안전모는 마침 토목 건설 공사가 주업인 동부건설이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어서 무상으로 제공했다.

강춘자 KLPGA투어 대표는 "사고가 일어나서도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사고가 났을 때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판단해 안전모를 쓰게 했다"고 말했다.

KLPGA투어는 동부건설이 무상 제공한 안전모에 투어 예산을 투입해 추가 구매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