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와 WC 최종예선 3차전 손흥민 천금 결승골로 2-1 신승
약속된 공격 플레이 실종…수비 집중력 저하 문제도 그대로
'황황손' 선발 쓰고도 진땀승…우려 더 키운 벤투호
벤투호가 시리아를 힘들게 꺾고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최대 고비인 이란 원정길을 한결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게 됐다.

그러나 '벤투 축구'를 둘러싼 우려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결정력 부족, 간혹 나타나는 수비 집중력 저하 문제는 이번에도 노출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7일 오후 경기도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3차전 홈 경기에서 시리아에 2-1로 신승했다.

벤투호는 홈에서 차례로 이라크, 레바논과 치른 1, 2차전에서 1승 1무를 기록했다.

매우 답답한 경기력을 보인 가운데 2경기에서 1골을 넣는 데 그친 빈공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본선행 가능성을 높이려면, 벤투호는 이번 시리아전에서 공격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황의조(보르도) 등 유럽파 핵심 공격수들이 소속팀에서 나란히 3골씩을 기록하는 등 골 감각이 물이 오른 상태여서 대표팀이 오랜만에 시원한 경기를 펼칠 것이라는 기대는 높았다.

'황황손' 선발 쓰고도 진땀승…우려 더 키운 벤투호
하지만 벤투호는 시리아에 겨우 이겼다.

팬들로서는 '극장골'의 짜릿함만큼이나, 실망감도 크게 느껴졌을 경기다.

벤투호는 손흥민과 황희찬, 황의조의 삼각편대를 선발로 가동해 전반전 상대 진영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는데도 0-0으로 45분을 마쳐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우선 황희찬이 좋은 득점 기회를 3개나 놓치는 등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아쉬웠다.

선수 개인의 결정력 부족은 감독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나 전술적 준비로 더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 수는 있다.

차근차근, 후방에서부터 패스로 공격을 전개해가는 벤투 감독의 이른바 '빌드업 축구'는 이번에도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공격 전개 과정은 나쁘지 않았지만 이날은 공격수들의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골키퍼와 독대 상황에서 득점에 실패한 황의조와 몇차례 문전에서 얻은 기막힌 슈팅 기회를 공중으로 날려버린 황희찬의 발끝도 안타까웠다.

여기에 상대 수비라인을 효과적으로 깨기 위한 약속된 움직임도 아쉬움을 남겼다.

'황황손' 선발 쓰고도 진땀승…우려 더 키운 벤투호
한준희 해설위원은 "수비라인과 미드필더진 사이 공간에서 볼을 받아 상대를 흔드는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면서 "왼쪽의 황희찬과 중앙의 손흥민이 수시로 자리를 바꿔 가며 수비를 교란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런 움직임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팀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내지 못하던 벤투호에 선제골을 안긴 것은 이번 최종예선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미드필더 황인범(루빈 카잔)이었다.

황인범은 후반 3분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왼발 대각선 중거리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전적으로 황인범 개인의 기량에 기댄 득점이었다.

벤투호는 수비에서도 합격점을 주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간간이 수비 집중력이 흐트러져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이 이날도 반복됐다.

전반 18분 한국 수비진의 패스 실수로 공을 가로챈 오마르 알소마가 중거리슛으로 골문을 위협하는 장면이 나왔다.

'황황손' 선발 쓰고도 진땀승…우려 더 키운 벤투호
후반 8분에는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가 오마르 크리빈에게 슈팅 기회를 내줬다.

그러더니 결국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후반 39분 크리빈이 골지역 왼쪽에서 크로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해 한국 골대를 갈랐다.

이 장면에서 한국 수비진은 2선에 있던 크리빈을 전혀 마크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늦은 교체로 경기를 스스로 더 어렵게 만들었다.

시리아는 후반 30분을 넘어서면서 공격의 고삐를 죄었고, 결국 득점해냈다.

벤투 감독은 조규성(김천)을 투입하는 마지막 교체 카드를 후반 41분에야 썼다.

후반 44분 나온 손흥민의 천금 결승골이 나오지 않았다면, 한국은 홈에서 패배와도 같은 무승부를 기록할 뻔했다.

아시아 최강팀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이란은 시리아보다 확실히 높은 수준의 축구를 하는 팀이다.

'황황손' 선발 쓰고도 진땀승…우려 더 키운 벤투호
사르다르 아즈문(6골 1도움), 알리레자 자한바흐시(3골 2도움·페예노르트), 메흐디 타레미(5골 1도움·이상 소속팀 기록·포르투)로 이뤄진 이란의 공격 삼각편대는 오늘 벤투호가 보여준 수비 실수 장면에서 득점을 놓치지 않을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한 해설위원은 "벤투호는 지옥까지 갔다가 겨우 살아 돌아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면서 "이란은 시리아와 공격 전개의 수준이 다른 팀이다.

더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